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조 회장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한진칼과 한진의 배당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칼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강성부 펀드(KCGI)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부각되며 지분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항공 등 다른 계열사는 지배구조와 별도로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은 전 거래일 대비 20.6% 급등해 3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한진칼→대한항공→다른 계열사'로 이어진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최대주주면서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 등 핵심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상속이 곧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로 연결되는 셈이다.
한진칼은 조 회장이 지분 17.84%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날 기준 조 회장 지분가치는 시가총액을 적용해 3209억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 최소 17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외에도 비상장 주식과 각종 부동산 등을 포함하면 2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 같은 가정 때문에 한진칼의 배당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진칼은 조 회장을 제외한 개인 최대주주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2.34%)으로, 경영권 후계 후보다. 이외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진칼이 배당을 늘려 상속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시나리오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 추정 금액은 최소 1700억원이 넘을 것"이라며 "이 같은 상속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은 주식담보대출이나 배당 확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고려하면 주식담보대출로 609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1100억원은 결국 배당을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칼은 지난해 순이익에서 177억원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178억원을 현금배당했다. 2017년(74억원) 대비 2.4배 규모다. 자녀들의 상속 재원 마련에다 최근 상장사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현금배당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 자녀들은 한진 주식도 일부 보유 중이다. 한진의 최대주주는 한진칼(22.19%)이며 조 회장은 6.87%(82만2729주), 조 사장과 나머지 두 딸 모두 각각 0.03%씩 소유하고 있다. 한진은 2017년 순이익(-470억원)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47억원을 배당했다. 작년에는 순이익 456억원에 59억원을 배당하면서 배당성향이 12.93%로 나타났다. 실적에 상관없이 배당을 늘리는 추세이고 이 같은 경향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배당 확대 기대감에 한진 주가 역시 이날 15.1% 올라 4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대한항공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이날 대한항공 주가는 1.9% 오른 3만2500원에 마감됐다.
반면 대한항공 우선주는 14.5% 급등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지분은 0.01%에 불과한 반면 우선주는 2.4%를 보유 중이어서 우선주에 대한 투자자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실적이 늘어나기 때문에 배당금은 어느 정도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자녀들의 지분이 없어 배당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유가가 안정된 데다 항공 수요 증가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계열 저가항공사인 진에어와 한국공항공사
[문일호 기자 /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