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의 한 오피스텔 지하 공사 현장. 이 사업장은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받는 데 총 5개월 이상 걸려 다른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도 두 달간 착공하지 못했다. [전범주 기자] |
8일 건설·시행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권역에서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신청하면 99% 이상이 '퇴짜(보완처분)'를 맞고, 최종 처리 기간도 대부분 6개월을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에서 오피스텔을 짓고 있는 A시행사는 지난해 하반기 송파구청에 지하안전영향평가서를 제출한 지 넉 달이 지나서야 해당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마저도 보완처분을 받아 재심사에 돌입했고, 석 달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받지 못하면 착공을 할 수 없어 분양은 물론 금융권에서 잔금대출도 받을 수 없다.
A시행사 대표는 "다른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미리 준비했던 지하안전영향평가에서 반년 넘게 시간을 끌면서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땅 매입과 건설비 명목으로 자금 2000억원을 조달했는데 매달 금융비용과 용역비용이 4억원씩 나가고 있어 20억원 넘게 손해가 났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토관리청 공무원 2~3명이 서울시 지하안전영향평가 업무 전체를 처리하면서 병목 현상이 심각해 업체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분양계획이 수개월 뒤로 밀리고 잔금대출을 제때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리는 사례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안전영향평가는 지난해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시작됐다. 지하 10m 이상 굴착 공사를 할 경우 사업시행자는 지하안전평가 전문 대행기관 등에 의뢰해 지하 공사 건설 계획 등을 담은 지하안전영향평가서를 해당 자치단체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하안전영향평가 검토는 승인권자인 자치단체가 아닌 지역 국토관리청에서 하도록 했는데, 국토관리청은 다시 전문 인력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시설안전공단에 검토 의뢰를 맡기고 있다. 결국 '해당 구청-국토관리청-LH·시설안전공단-국토관리청-해당 구청'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거치면서 단계마다 수십 일씩, 총 수개월이 소요된다. 지하안전영향평가는 직접 시행을 담당하는 전국의 디벨로퍼들이 '최악의 규제'로 꼽고 있다.
실제 서울과 경기, 인천을 총괄하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건설관리과 직원 7명이 지난해 평가서 497건을 접수해 검토했다. 홈페이지에 공지된 이들의 업무 분담에 따르면 공무원 2명이 서울 전역을 담당하고 경기에는 3명, 인천에는 1명이 배정돼 있다.
김은수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건설관리과장은 "이전에는 서울시 전체를 2~3명이 맡도록 했는데 일이 너무 몰려 최근에는 지역별 업무 분담을 없애고 가용 직원 7명을 모두 투입해 수도권 전역을 접수 순서대로 맡아 처리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며 "지난해 본청에 수도권에서 497건이 접수돼 260건을 검토 완료했는데 최소 현재 인력의 두 배는 있어야 업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과장은 "아직 평가 도입 초기여서인지 미비한 서류가 많아 보완지시 사례가 98~99%에 이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평가 처리 법정 기한은 최대 50일(법정 기한 30일, 최대 20일까지 연장)이지만 만약 계획을 수정하거나 부적합 판단을 받아 재협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법정 기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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