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한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7% 하락한 3만1450원에, 한진칼은 1.95% 내린 2만5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진도 4.72% 떨어진 3만5350원, 대한항공우와 한진칼우도 각각 1만3700원(-3.86%), 1만6700원(-2.34%)으로 계열사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전날 조 회장 재선임 실패 소식에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장중 한때 각각 3만4200원(5.56%), 2만8000원(9.38%)까지 상승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조양호 사내이사 후보자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탁위 결정과는 달리 조 회장 퇴진에도 증권사들은 대한항공 기업가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한항공 사내이사 자리에서는 물러나더라도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리포트를 낸 증권사 4곳 중 3곳이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증권사들은 조 회장이 여전히 다른 이사진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한항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한항공 주요 임원진 임기는 대부분 2020~2021년이다. 특히 장남인 조원태 대표이사 사장의 이사직 임기가 2021년 3월 26일까지로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그룹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조 회장이 직접 이사회에 참석할 수는 없지만 기존 이사회 멤버를 통해 대한항공에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할 수 있다"며 "최대주주 찬성 없이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사내이사 3명을 유지하면서 조원태 사장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사 선임에는 주주총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 목소리가 반영됐지만 다른 의결권 대결 구도에서는 조 회장 측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경영진 구성에 큰 변화를 주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날 주총 출석률은 73.8%였으며 출석 주식 중 찬성 64.1%, 반대 35.9%로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발됐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반대 주주 측이 이사해임 등 특별결의 안건을 올려도 조 회장 측이 이를 부결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생각보다 반대 주주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기업가치에 주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주총 주식 출석률 73.8%를 찬성과 반대 비율로 곱해 역산하면 조 회장 재선임에 찬성한 주식은 전체 의결권 보유 주식의 47.3%다. 한진칼과 특수관계인 지분 33.3%를 제외하면 14%가 우호세력에 선 셈이다. 반대 주주는 전체의 26.5% 수준인데 이 중 국민연금 11.6%를 제외하면 반대 지분이 14.9%로, 우호지분과 큰 차이가 없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한진칼의 주총 결과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9일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이사 자격 강화' 등 정관 일부변경 안건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 안을 제출했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현재 270억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이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 자격 박탈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2020년은 돼야 실질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2020년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