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FinTech)'.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이 생소한 단어가 어느새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다. 특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는 더 이상 은행 지점을 찾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척척 이용함은 물론 은행을 넘어 개인 간 거래(P2P) 금융과 같은 기존 금융회사가 외면하던 새로운 서비스 또한 거침없이 파고든다. 기성세대는 모르는 투자 정보를 활용해 가상화폐에 과감하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낯선 분야인 만큼 시장에 '편견'이 가득하다. 핀테크 서비스 이용자조차 '내가 하는 투자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기존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에 심하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핀테크 세상에 '사이다'를 날리기 위해 매경미디어그룹에서 관련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김진솔 기자가 나섰다. 실제 핀테크 업계 현장을 누비는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금융을 시도하는 만큼 법률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왔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렀다.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한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이슈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법률 상식을 이용해 풀어준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솔기자의 핀테크 로우킥(Law-kick)-6]
Q.가상화폐로 수십억 원이라는 큰돈을 벌고 퇴사한 뒤 건물주로 전업했다는 고등학교 동창 나대박 씨(가명·35) 소식을 들은 이질투 씨(가명·35)는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나씨의 투자 비결을 들어보니 그는 이미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은 떡상(?)의 잠재력이 없다고 판단해 유명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에 특정 코인을 ICO로 미리 구매해 상장되자마자 이를 팔아 치워 초대박을 냈다고 했다. 조언을 듣고 투자처를 알아보던 이씨는 블록체인 전문가, 다수의 특허 보유 등 빵빵한 스펙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 회사를 소개받고, 목돈 5000만원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해 해당 회사에 투자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그 회사는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기축 가상화폐로 자금을 모집해 도피하려는 먹튀 회사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목돈을 잃게 된 이씨가 먹튀 회사에서 돈을 받아낼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①가상화폐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돈 받기는 글렀다. 기부했다 생각한다.
②같은 피해를 본 투자자 집단을 모아 해당 업체에 집단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③대표의 신변을 확보해 형사소송을 진행한다.
④가상화폐 기업 잡기에 혈안이 된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고소보다 효과적이다.
↑ 너고소 |
많게는 수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잃은 성난 ICO 투자자들이 변호사 사무실을 노크하는 일이 늘고 있다. 자신이 어떤 경로를 통해 사기를 당했고, ICO 업자들이 어떤 사탕발림으로 자신을 속였는지 토로한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황이니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그리 의미 있는 절차가 아니다.
변호사를 찾아가 개인적 이야기를 늘어놓기 전에 보다 합리적인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송 방식은 2번이다. 같은 피해자들을 모아 해당 업체에 집단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다수의 힘에 호소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하곤 한다. ICO를 위해 작성한 코인백서가 허구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증거를 오목조목 제시할 만반의 준비도 갖췄다.
하지만 상식과 법은 다른 경우가 잦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의 경우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소송은 가능하지만, 소송에서 이겨도 크게 실익이 없다고 법률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ICO는 한국에서 불법이기 때문에 대부분 회사는 싱가포르 등 외국에 터전을 두고 있다. 즉 민사소송에 이기더라도 관할 문제로 인해 강제집행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모집자가 스스로 돈을 내놓지 않는 이상 이를 돌려받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것 또한 국내에 적을 둔 회사가 아니라면 크게 손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시간만 날리는 경우가 된다.
↑ 잡았다 요놈 |
민사소송에서 실익이 없다면 차선책은 형사소송을 통해 찾아야 한다. ICO에 투자를 결정할 당시 미팅 등에 참석해 받아놓은 대표의 명함을 통해 연락처와 콘택트 포인트를 분명히 해둬야 한다. 투자에 앞서 투자 계약서를 써놓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투자 모집인이 한국에 적을 두지 않은 데다 계약 초기부터 투자 계약서 작성을 거부한다면 먹튀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금 모집자 신변과 현재 사무실 주소지 등을 명확히 해놔야 나중에 형사소송을 통해 피고를 특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아 감옥에 갈 처지에 놓인다면 모집
정답은 3번. 비트코인을 먹튀한 업체 대표의 신변을 확보해 형사소송을 진행해 발을 묶어놓는 것이 돈을 돌려받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여준다.
[기획·글=김진솔 기자/검토=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