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매일경제가 서울 각 자치구와 한국감정원 등을 취재한 결과, 본래 한국감정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개인별로 접수하게 돼 있는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이례적으로 집단적으로 각 구청과 감정원 지부 등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접수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연명부 단체접수'다. 각 구청과 한국감정원 지부 등을 통해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절차는 아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주민편의 차원에서 받는 접수 방식으로, 한 단지 주민이 똑같은 이유로 수십·수백 명이 공시가격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경우 아예 연명부를 작성해 받는다"면서 "작년엔 이런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올해 최소한으로 봐도 수십 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단체접수는 일종의 '압박'이다. 단체접수하면 개별접수 때보다 신청건수 자체가 많아지게 되고, 좀 더 정돈된 의견과 논리를 만들어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개별접수보다 단체로 행동에 나선다는 것을 보여줘 압박하는 성격도 있다. 한국감정원 측은 "연명부를 작성해 제출하면 숫자는 많아지지만, 수가 많다고 이의신청이 다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공시가격이 대폭 오른 주민들은 항의 표시로 연명부 등 일종의 단체행동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에서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하기로 최근 결의했다. 이 단지 생활지원센터 측은 "우리 단지엔 소유주도 살지만 세입자도 살기 때문에 소유주에 국한된 재산권 문제에 '입주자대표회의'나 '생활지원센터' 차원에서 개입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워낙 상황이 심각하고 소유주 세부담이 너무 늘어 이례적으로 생활지원센터와 입주자대표회의가 나서 단체로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1년 만에 적게는 20%, 많게는 30% 가까이 오른 상태지만, 작년 거래 자체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작년에는 인터넷이 아닌 구청을 통해 접수된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민원이 1건이었는데, 올해는 13건으로 늘었다"며 "아파트의 경우 인근 감정원 지부에 접수하라고 유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십수 건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마포구에서도 구청 직접 접수 민원이 폭증했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접수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접수가 215건에 달했다. 작년 총 15건에 비해 이미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집단으로 연명부를 작성해 제출한 사례가 늘어 숫자가 확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서울만의 현상은 아니다. 광교, 동탄, 과천 같은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통해서도 집단 행동 움직임은 감지된다. 광교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는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에서 단체로 사인을 받아 연명부 형식으로 제출하자고 결의 중이다. 가장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과천 단지에서도 "최근 집값은 떨어지고 있는데 공시가격은 강남·서초보다도 많이 오르는 게 말이 되냐"면서 "단지 전체가 이의신청에 나서야 한다"고 집단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세가 급등하거나 장기간 저평가됐던 부동산 공시가격은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 주장과는 달리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이의신청 건수는 역대 최다 경신이 확실시
[박인혜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