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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의 이력 등을 이유로 반대 결정을 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다. 이에 따라 27일 주총에선 조 회장의 경영권을 두고 뜨거운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대한항공은 정관에서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항공 주요 주주인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33.3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11.56%)이 반대하기로 하면서 이사 선임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주총처럼 표대결 양상이 예고된 상장사 주총 참석률은 통상 80%까지 올라간다. 현행 대한항공 재선임 요건(3분의 2 이상 찬성)에 참석률을 적용하면 조 회장의 연임에 53.36%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특수관계인 지분 이외에 20%의 찬성표를 추가로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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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변수는 소액주주들의 참여율과 찬반 여부다. 이들에 대해선 주가와 실적 등 대한항공 관련 수치가 중요한데 올 들어 26일까지 대한항공 주가는 2% 하락했다. 작년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6403억원으로 전년(9398억원) 대비 32% 감소해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주총에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 운동을 벌이며 표를 모은 것도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조 회장 측 역시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선 항공전문가 조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회사 안팎에서 의결권을 모으는 등 총력전을 벌여 왔다. 조 회장은 또 과도한 이사 겸직이라는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이외 한진그룹 계열사에서는 임원직을 모두 내려놓기로 하는 등 소액주주 표 확보에 집중했다.
이날 수탁자위는 27일 주총을 여는 SK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며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SK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30.88%이고 국민연금은 8.37%를 들고 있다. 사측 입장에선 우호지분으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이 반대로 돌아선 게 뼈아프지만 SK의 경우 이사 선임 요건이 참석 주주의 과반수이므로 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한편 이날 회의를 앞두고 일부 수탁위 위원에 대한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대한항공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주주권행사분과 위원 9명 중 2명이 대한항공 주식을 보유 중이거나 위임받은 인사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수탁위 위원 중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센터장(민주노총 추천)은 대한항공 주식 1주를 직접 취득했고,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참여연
결국 직접 주식을 매수해 주권을 보유한 이상훈 위원은 이날 수탁위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문일호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