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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 돌아오는 빚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치열해진 항공업종 내 경쟁으로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주가가 당분간 부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6일 재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지난 22일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지 나흘 만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확정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8.9% 증가한 7조183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8.5% 감소한 282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해 순손실 1959억원을 기록했다.
금호산업 역시 작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한정'에서 '적정'으로 변경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이 같은 날 조정됐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확정 실적은 매출 1조3767억원, 영업이익 422억원, 당기순손실 4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감사의견 조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은 관리 종목 지정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회계상 지표 악화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주가는 전날 대비 각각 15%, 25.9%나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한정' 의견을 받았을 때보다 실적이 악화됐다. 영업이익은 종전 887억원에서 282억원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순손실은 1050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약 두 배나 증가했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종전 625%에서 649%로 높아졌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우려에 비해서는 낮지만 향후 부채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올해 항공업계에 새로 적용될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항공기 운용리스를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 이날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IFRS 적용 시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840%까지 높아진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감사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기 때문에 곧바로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연간 당기 순손실이 2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재무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부채비율 낮추기에 총력을 다해왔다. 작년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 사옥과 CJ대한통운 주식 매각, 자회사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상장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여왔다. 그 결과 지난해 1조원가량 차입금을 상환해 2018년 말 기준 남은 총차입금은 3조4400억원으로 줄었다. 이 중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빚은 1조300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으로서는 이를 갚으면서 동시에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을 확충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조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한정 의견 사태를 통해 시장에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이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가 어려워 2017년 이후 회사채 발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영구채를 발행했다는 것 자체가 회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ABS는 매출채권 등 현금화하기 어려운 유동성 낮은 자산을 담보로 끌어와서 자금을 빌려오는 상품으로, 회사 신용도와 상관없이 높은 유동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 ABS를 발행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라는 분석이다.
작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ABS 발행 잔액은 1조1328억원에 달한다.
자본 확충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 금호산업은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4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대주주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 방어에 취약해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문일호 기자 / 조희영 기자 /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