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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은행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사진 제공 = 신한은행] |
신한은행의 새로운 조타수가 된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58)이 독일 기업 지멘스의 경영 철학을 인용해 취임 일성으로 던진 말이다. 2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982년 새로 출범한 신한은행이 지금 위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 우선'을 철저히 구현했기 때문"이라며 "진정한 리딩뱅크는 이익을 더 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 자산을 늘려주는 은행"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행장 후보로 추천된 진 행장은 이날 신한 문화와 조직 안정화를 특히 강조했다. 취임사에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즐겨 쓰던 말인 '무지명 무용공(無智名 無勇功)'을 인용한 것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 구절은 '뛰어난 장수는 이름이나 공적을 크게 남기기보다 묵묵히 상대방을 분석하고 준비해 맡은 일을 해낸다'는 속뜻이 있다.
진 행장은 취임사에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뚜렷한 목표와 확고한 소신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해내는 '무지명 무용공'의 이기는 조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진정한 1등 은행이 되기 위해 첫째로 기억해야 하는 지고지순한 가치는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경영 전략과 관련해서는 디지털과 글로벌을 강조했다. 디지털에서는 엉뚱하지만 생각의 전환을 상징하는 '돈키호테' 같은 접근을, 글로벌에서는 선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디지털 인재 채용과 인력 배치에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진 행장은 "진정한 디지털 기업으로 가려면 상경계 출신을 뽑아서 정보기술(IT)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IT 소양을 갖춘 사람을 영업사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IT·디지털 부문 사무실을 없애고 개발 인력을 전부 현업 부서에 배치해 '디지털 유목민'으로 만든다면 진정한 애자일(Agile·민첩한)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전략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잘해오던 신흥국 진출 전략에 이어 선진국에서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은 10대 경제 대국이지만 통화 안정성은 10대에 들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통화 변동 리스크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 지역에서 (현지 통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똘똘한 채널과 유동성 있는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진 행장은 "베트남 등 신흥국에서는 현지 은행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형태로 가능성 있는 국가를 선택·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진 행장은 은행 경영에 대해 주요 목표를 대대적으로 밝히기보다 "조그만 것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시작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에서 기업금융은 이미 레드오션 시장으로 경쟁이 치열하고 중견·중소기업은 점점 줄고 있어 고민스럽다"며 "올해 우선적으로 고객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갈 것인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전북 임실 출신인 진 행장은 덕수상고를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