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 주총데이 ◆
↑ 글로벌 영상이사회 주재한 정의선 22일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 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브라이언 존스 신임 사외이사(오른쪽)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카를 토마스 노이만 전 오펠 최고경영자와 실시간 소통을 위해 노르웨이 현지를 영상으로 연결해 이사회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 현대모비스] |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2층 정기 주주총회장. 주당 2만1967원의 고배당을 요구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되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염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결국 표대결까지 간 끝에 출석 주주 중 86.0%가 현대차 배당 안건(주당 3000원)에 찬성하면서 현대차는 천문학적 배당 지급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다. 이날 현대차 주총장 풍경은 과거와 확 달라진 현대차그룹의 주주 소통 노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5월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엘리엇의 제동으로 무산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후 10개월 만에 개최하는 정기주총을 앞두고 현대차는 지난 2월부터 국내외 투자자와 접촉해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9월 수석부회장직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물론 의사결정 구조를 슬림화해 엘리엇과 주총 표대결에서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주총을 앞두고 ISS 등 해외 의결권 자문기관이 엘리엇의 고배당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등 현대차그룹은 헤지펀드와 세대결에서 글로벌 우군을 확보하는 결실을 거뒀다. 이날 현대차 주총 안건 표결에 앞서 이사회 의장인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주주들에게 '미래 사업'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와 도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국내 개별 영업이익 593억원 적자, 연결 영업이익 2조4222억원 등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데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하면서도 미래 경쟁력을 믿어 달라는 당부였다. 그는 "미래차로 자동차 산업의 구조 변화와 글로벌 환경규제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 올해 성공적인 신차 론칭으로 점유율부터 회복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주도하는 미래 수소경제 시장에서도 "핵심 신기술 역량을 조기에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사회가 보통주 주당 4000원을 배당하겠다고 결의한 데 맞서 2만6399원의 배당을 제안했지만, 이날 표결에서 출석 주주의 13.7%밖에 동조표를 확보하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이 밖에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정몽구 회장, 박정국 사장, 배형근 부사장(재경본부장) 등 3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데 동의했다. 여기에 현대차 사내이사로 정 수석부회장과 이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3명이 원안대로 선임됐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그룹 4개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임하며 명실상부한 그룹 리더이자 책임경영의 주체로 나서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총 뒤 열린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새로 합류한 사외이사진이 그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가 시장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최초로 외국인 사외이사(브라이언 존스·카를 토마스 노이만)가 선임된 만큼 원격 소통
재계는 이날 주총 후 개최된 양사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나란히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만큼 지난해 엘리엇 측 반대로 중단됐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철 기자 /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