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핫플레이스로 불렸던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가장 '목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국군재정관리단 초입의 거대 집합상가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맛집'으로 불리던 각종 레스토랑과 펍, 카페 등이 있던 이 건물 1층이 텅 비면서 쓰레기가 날리고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한 지도 1년이 넘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동네 주민은 "임대료가 비싸도 장사가 잘돼 버틴 측면이 있었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고 미군들까지 평택으로 이전해 발길이 뜸해지면서 많이들 나갔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로 옥조인 주택시장의 침체가 상업·업무용 부동산으로 옮겨붙고 있다. 21일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데 따르면 2월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전달인 1월(2만6580건)보다는 20.7%, 작년 2월(3만1566건)에 비해서는 33.2%나 줄어든 2만1079건에 그쳤다. 이는 2016년 5월(2만984건) 이후 최저치이며, 2월 거래량으로도 2016년 1만6726건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일각에선 주택시장에 각종 규제가 들어가면서 상업·업무용과 오피스텔 등 부동산 시장이 '풍선효과'를 입어 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지만 초기 몇 달에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는 반짝 늘어 작년 10월 3만2567건을 기록하며 연중 두 번째로 많은 거래 건수를 기록하는 듯했으나 11월부터 거래 건수가 떨어졌고 올해 들어 거래는 급락 수준으로 줄었다.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불황이다. 자영업 경기가 계속 나빠지면서 동일 임대료 상황에선 임차인이 버티기가 어려운 상태가 된 것이다. 이는 건물주가 임차인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건물주 입장에선 고정으로 들어오던 임대료를 받지 못하면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면서 초기 투자금 규모가 큰 상가·오피스 시장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본격 도입된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도 상가·오피스 등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 RTI란 담보가치 외에 임대수익으로 어느 정도까지 이자 상환이 가능한지 산정하는 지표다. 결국 제대로 된 임차인이 있어서 월 고정적인 임대수익이 발생해야 은행 등 금융사도 대출을 해 준다는 얘기인데,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매물이 줄어들면서 거래가 위축됐다고 볼 수 있다.
수익률도 뚝 떨어졌다. 작년 전국 중대형 상가의 연 수익률은 4.19%로 전년(4.35%) 대비 0.16%포인트 하락했고, 소규모 상가의 연 수익률은 3.73%로 전년(3.91%) 대비 0.18%포인트 떨어졌다. 17개 시도 중 전년 대비 수익률이 상승한 지역은 대전이 유일했다. 서울은 중대형 상가의 작년 수익률이 3.8%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고, 소규모 상가의 수익률은 2.99%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게 나타났다.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오피스텔 거래도 상태가 좋지 않다. 오피스텔의 2월 한 달간 거래 건수는 1만730건으로 전월(1만3850건) 대비 22.5% 감소했고, 전년 동월(1만6233건)보다 33.9% 줄었다. 오피스텔은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안정적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자들에게 인기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택시장을 비롯한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가 상업·업무용 부동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