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간판 펀드였던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펀드'를 운용하던 박현준 매니저가 2017년 설립한 회사다. 박 대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네비게이터펀드를 운용하다가 독립했다. 작년 1월에 처음 출시한 '씨앗 멀티-眞'과 '씨앗 멀티-仁'에 합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에는 박 대표의 운용 실력에 대한 신뢰가 한몫했다.
박 대표는 "공모펀드를 운용할 때 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게 보이는 상황에서도 펀드 매니저로서 주식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씨앗자산운용 펀드들은 모두 여러 개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멀티 전략을 구사한다. 사모펀드는 펀드당 개인투자자가 50인을 넘을 수 없는 규제가 있어 한 펀드당 투자자 수를 무한정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비슷한 전략을 쓰는 펀드가 여러 개 출시된 것이다. 펀드 출시 시점별로 수익률이 조금씩 다른데 작년 1월에 출시한 펀드들은 15~18% 수익률을 거뒀다. 한국 증시 하락장이 본격화한 지난해 10월에 출시된 '씨앗 멀티-賢' 펀드의 한 달간 수익률도 2.58%로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절대 수익'을 낸다는 헤지펀드의 원칙을 충실히 실현하고 있다.
씨앗자산운용의 멀티 전략은 주식 롱숏 전략과 채권 전략을 함께 쓰는 것이다. 이미 한국형 헤지펀드의 운용 전략 중 절반가량이 멀티 전략이지만 씨앗자산운용은 메자닌 투자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대부분이 멀티 전략의 경우 교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인 메자닌 전략이 주가 되는 것과 달리 씨앗자산운용은 채권 전략으로는 국공채 트레이딩 전략만 쓴다.
과도한 롱숏 전략보다는 채권 전략과 같은 안정적인 운용을 중시한다. 지난해 펀드들의 연 변동성은 5~9%대였다. 올해 초 코스피 상승장이 펼쳐질 때도 씨앗자산운용은 공격적인 롱바이어스드 전략을 쓰지 않았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은 이상 박스피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 박 대표의 전망 때문이다. 최근 씨앗자산운용 펀드들은 연초 대비 5%가량 수익률을 내고 있다.
올해는 인력을 더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신영자산운용에서 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운용하던 박인희 본부장이 주식 운용 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민상균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팀장과 엄찬식 삼성헤지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다음달부터 팀장급으
씨앗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최소 가입액은 3억~5억원이며, 성공 보수는 20%로 업계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운용 성과에 힘입어 최근 반년 동안 운용자산이 1000억원 가까이 늘어 현재 2967억원으로 3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