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해당하는 2017~2018년만큼 실적이 나오기는 힘들지만 시장 우려도 과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 반등한다는 기대에 최근 관련주 주가가 큰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주요 반도체 종목 주가는 전날 대비 소폭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1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13%와 0.44% 떨어진 4만3700원과 6만7800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초 반등하는 듯했던 반도체주 주가는 예상보다 가파른 실적 하락 영향으로 다시 꺾였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2분기 실적 저점을 찍을 것이라는 '2분기 바닥론'을 예상하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1분기 반도체 출하량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생산량 증가분을 뛰어넘을 만큼 좋지는 않았다. 이 같은 반도체 수요 부진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재고를 다 소진하지 못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업체들의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 작년 4분기부터 이 수요가 뚜렷하게 줄어들었다"면서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수요 증가로 어느 정도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반등을 예상하는 쪽에서는 최근 수요가 감소하긴 했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그 이상 수요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출하량은 120억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올 1분기에는 100억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재고량이 많아 반도체 가격 상승은 쉽지 않지만 반도체 출하량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3분기와 4분기 출하량이 각각 140억개와 150억개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이 산업 참여자들 인식을 변화시키며 지난해 말 급격한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며 "현재 수요 감소 폭은 실질 수요와 다르고, 공급 감소율도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 공급량에 대해 수요자들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이 커지는 추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반도체 종목 주가가 크게 뛰었다. 전날 반도체 제조업체 브로드컴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전망치를 발표한 데다 최고경영자(CEO)가 업황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혹 탄 브로드컴 CEO는 콘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이 매우 의미 있는 성장을 재개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발표 이후 브로드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24%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마이크론 등 다른 주요 반도체 종목도 3%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20일 마이크론 실적발표에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결과가 나온다면 반도체 반등론은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발표를 통해 중국 내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며 "마이크론 CEO는 반도체 공급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마이크론 실적발표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반도체주 상승을 바라보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설비가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올해 신규 가동이 예상되는 300㎜ 웨이퍼 생산라인만 9곳으로,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5곳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는 중국에 위치한다. 내년에도 6곳이 추가 가동될 예정이다. 반도체 공급량
반도체 실물지표 역시 악화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월 초 반도체 수출은 2월에 비해서도 부진했다. 14일 미국의 유명 투자자문업체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는 연초 이후 기술주 비중을 약 26%에서 11%로 낮췄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희영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