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4일 공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이 지역별, 단지별로 격차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시점의 시세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현실화율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같은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단지중에서도 현실화율이 최대 10%포인트 이상, 서울과 지방에서는 20%포인트 가량 격차가 벌어진 것도 있었다.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을 작년 수준인 '평균 68.1%'에 맞추고, 공동주택간 형평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와 조사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지난해 8월 말부터 올해 1월 초순까지 세대별 특성조사와 가격조사를 벌인 뒤 올해 1월 중순부터 2월 초순까지 조사·산정가격 검증을 진행했다.
전국적으로 1339만호에 달하는 대규모 공시가격 산정하기 위해 최근 실거래 가격과 매물 가격, 감정원 시세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올해 1월1일자 공시가격인 만큼 연초의 가격 하락 또는 상승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연합뉴스가 이를 토대로 서울과 과천·분당, 부산 및 광주광역시, 울산·거제시 등지의 아파트 60개 주택형을 임의로 선정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추산한 결과 평균 67.5%로, 정부가 밝힌 현실화율에 근접했다.
현실화율은 최근 11, 12월 실거래가를 반영하되 지나치게 시세와 동떨어진 '급급매물'은 제외하고 최근 실거래가 없는 경우에는 공시가격 조사기관인 한국감정원 부동산테크의 지난해 말 주택형별 평균 시세, 포털에 공개된 실제 매물 가격 등을 함께 참고했다.
평균 현실화율은 정부 예상과 엇비슷했지만 단지별, 주택형별로는 현실화율이 들쭉날쭉했다.
통합 재건축 호재로 올해 공시가격이 9억2천800만원으로 작년대비 41% 넘게 오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8차 전용 52.74㎡는 지난해 11월 중순 실거래가(14억7천500만원)와 비교해 현실화율이 63%선에 그쳤다.
해당 주택형의 공시가격을 작년보다 41% 이상 높였음에도 현실화율은 시세에 근접하지 못한 것이다. 이 주택형의 3층은 올해 1월 작년 말보다 오른 16억원에 거래됐다.
반면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61㎡는 올해 공시가격이 13억6800만원으로 작년 말 실거래가와 평균 시세인 18억1000만원 대비 현실화율이 75.6%에 달했다.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지만 두 아파트의 현실화율이 12%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이다.
역시 재건축 추진으로 지난해 매매가격이 크게 오른 강남구 개포동 주공고층7단지는 전용 73.26㎡의 공시가격이 작년대비 23.81% 오른 10억400만원을 기록했으나 작년 말 실거래가(13억2000만원) 대비 현실화율은 64%선에 그쳤다.
잠실 주공5단지가 작년 여름까지 초강세를 보이다가 9·13대책 이후 시세가 급락하면서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도 7∼8%대로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공시가격 인상폭이 큰 단지일수록 현실화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입증된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도 올해 공시가격이 17억3천600만원으로 직년 대비 15.43% 올랐으나 작년 말 기준 감정원 시세(평균 27억5천만원) 대비 현실화율은 63.1%에 머물렀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최고 31억원에 거래된 뒤 아직까지 한 건도 매매 신고된 게 없다. 현지 중개업소가 말하는 아파트의 작년 말 시세는 26억∼30억원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 엘스 전용 84.88㎡는 올해 공시가격이 10억640만원으로, 작년 말 실거래가(16억3천만원) 대비 현실화율이 65.3%로 역시 평균보다 낮았다.
용산마스터플랜 개발계획 호재로 올해 공시가격이 37.15% 급등한 용산구 산천동 리버힐 삼성(공시가격 4억9100만원)은 시세대비 현실화율이 64%대에 그쳤다.
수도권은 되레 현실화율이 높은 편이다. 과천시 중앙동 주공10단지 전용 105.27㎡는 올해 공시가격이 10억8800만원으로 작년 말 시세(15억500만원)와 올해 1월 실거래가(15억1000만원)와 비교해 현실화율이 72%대에 달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주공4단지 전용 35.28㎡는 올해 공시가격이 2억5600만원으로, 작년 말 실거래가(3억6500만원) 대비 현실화율이 70.1%였다.
과천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과천의 공시가격이 전국 최고 상승률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이의신청도 많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내에서도 현실화율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규제지역 지정되면서 지난해 집값이 약세를 보인 부산 해운대구의 우동 해운자이1단지 전용 59.95㎡는 올해 공시가격이 3억3600만원으로, 작년 말 실거래가(4억6000만원) 대비 현실화율이 73%에 달했다.
부산진구 양정동 현대1차 전용 84.99㎡도 공시가격이 2억1900만원에 책정되면서 작년 말 거래가(2억9000만원)의 75.5%까지 현실화율이 높아졌다.
반면 작년에 집값이 급등한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의 일부 아파트들은 공시가격 반영률이 6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시가격이 7억200만원으로 작년 대비 46.86%나 급등한 봉선동 쌍용스윗닷홈 전용 120.53㎡의 경우 지난해 11월 실거래가(12억4000만원) 대비 현실화율이 56.61%에 그쳤다.
잠실 주공5단지(전용 82.61㎡)와 비교해 현실화율 격차가 19%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봉선동 쌍용스윗닷홈 전용 155.63㎡도 지난해 5억44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8억3200만원으로 50% 가까이 급등했으나 작년 12월 초 실거래가가 13억50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실화율은 56.89% 수준에 불과하다.
집값 상승분을 모두 공시가격에 반영하진 못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실거래가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단지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가 높은 단지보다 공시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역전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실거래 사례가 없는 단지에서도 공시가격 인상이 이뤄져 적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 전용 59.95㎡는 올해 공시가격이 6억2천900만원으로 작년보다 22.99% 상승했는데 이 아파트는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상 올라온 거래 신고 건수가 한 건도 없다.
이 때문
이에 대해 감정원 관계자는 "실거래가 없어도 다른 주택형과 인근 아파트 단지와 대비해 시세는 산출된다"며 "해당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으면 거래가 없는 주택형도 공시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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