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저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한 상장사 중 7개사는 올해 배당 규모를 크게 늘렸다. 이들 기업은 수년간 주당 배당금에 변화가 없거나 올리더라도 소폭 상향 조정하는 데 그쳤던 곳이다. 국민연금의압박에도 기존의 저배당 정책을 유지한 곳은 3개사뿐이다.
기관투자가로서 국민연금은 저배당·무배당 상장사를 대상으로 재무제표 승인 의안에 '과소 배당'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곤 했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총 10개사의 재무제표 승인 의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 등 2개사를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공개 지목하는 등 국민연금의 압박 강도가 거셌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처음 맞는 의결권 행사 기회란 점에서 주주총회에 앞서 이들 기업이 어떤 배당 정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높았다.
국민연금의 배당 압박이 시작된 후 주당 배당금을 대폭 올리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저배당 상장사로 지목받은 현대그린푸드(주당 80원→210원)와 현대리바트(주당 100원→290원), 광주신세계(주당 1250원→3000원), 한국공항(500원→1000원) 등 4개사가 전년 대비 주당 배당금을 두 배 이상 올렸다. 원익IPS(200원→220원), 휴온스(600원→800원), 케이씨(180원→220원) 등 3개사도 주당 배당금을 소폭 조정했다.
국민연금은 정기 주총 시즌 초입부터 저배당 견제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S&TC가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는데, 국민연금은 과소 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했다.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3년 연속 반대 의결권 행사다. S&TC의 재무제표 승인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S&TC는 올해 보통주 1주당 0.03주의 주식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다.
대양전기공업 역시 올해 배당 정책 발표 없이 주총 소집 공고만을 공시했다. 이 기업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은 기업으로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 국민연금으로부터 과소 배당 지적을 받았다. 배당 정책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다시 한번 국민연금의 반대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3개년에 걸쳐 저배당 기업을 관리한다. 1년 차에는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고, 다음 정기 주총 때까지 개선하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2년 차)으로 지정한다. 그다음 주총까지 개선 사항이 없을 때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공개 전환을 결정한다. 해당 프로세스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까지 3년 연속 저배당을 지적받은 S&TC는 중점관리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의배당 압박에 정면으로 맞선 남양유업 역시 저배당 정책을 고수했다. 이날 남양유업은 보통주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주당배당금과 차이가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남양유업을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공개 지목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해 배당 관련 정관변경 주주제안에까지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빠른 시일 내 운용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배당금을 확대하는 것이다 보니 배당 확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