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통신사와 대형마트도 수수료율 인상 수준에 반대해 양측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현대·기아차처럼 '계약 해지' 사태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특정 카드로 대형마트 등에서 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등 통신사와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은 카드사들에 공문을 보내 3월 1일부터 적용한 새 수수료율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카드사들은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들에 지난 1월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고 이달부터 새 수수료율을 본격 적용했다.
수수료율 인상 이후 양측은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형마트에 평균 0.15%포인트 수준 인상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사들은 0.15~0.20%포인트 수준 인상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이번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의 시금석이었던 현대·기아차와 카드사 간 협상이 일단락된 상황이라 카드사와 통신·유통업체들 간 협상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카드업계 맏형 격인 신한카드와 대형 가맹점의 대표 주자였던 현대·기아차가 이날 협상을 최종 타결하면서 수수료 전쟁은 본게임에 접어들었다.
카드사들은 당초 현대·기아차에 통보했던 0.12~0.14%포인트 수준 인상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신한·삼성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기존 1.8% 초·중반대 수수료율을 1.9%대로 인상하고자 했지만 결국 1.8%대를 벗어나지 못한 0.04~0.05%포인트 인상에 만족해야만 했다.
수수료 전쟁 1라운드에서 카드사가 당초 희망했던 인상률을 지키지 못해 기타 대형 가맹점 협상 과정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는 버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자동차와 통신·유통은 마케팅 혜택 구조가 달라 카드사들로서도 쉽게 물러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마케팅 혜택을 더 많이 주는 대형 가맹점에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수료율 틀을 개편했다.
그 일환으로 수수료 원가에 해당하는 적격 비용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할 수 있는 상한을 상향 조정했다. 현대·기아차에 최초로 통보한 0.1%포인트대 인상보다 통신사와 유통업체에 전달된 인상폭이 더 높은 이유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 카드 수수료 '역진성 해소'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매출 100억~500억원 구간 가맹점에는 평균 1.95%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조치했다. 카드사들이 현재 1.9% 안팎인 통신·유통사 수수료율을 2%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이 같은 역진성 해소라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르면 올해 2분기에 새 수수료 체계가 잘 적용됐는지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라 카드사들은 인상폭을 대폭 낮추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신사와 유통사들 반발도 적지 않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보내온 공문에는 어떻게 인상폭이 결정됐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적용 시점과 새 수수료율만 명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오히려 통신업계는 자동이체가 활성화돼 있어 관리비용 등 카드사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이를 고려하면 동결 또는 인하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마트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6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9% 감소했다. 통신에서도 SK텔레
한편 이날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와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 협상에 대해 금융당국이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