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노사가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최근 지역 기반 은행들이 금고 유치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는 KB국민은행이 NH농협은행에 비해 3배가 넘는 거액의 출연금을 제시해 농협은행을 제치고 금고를 차지했다. 광주 남구에서는 지역 텃밭에서 2금고를 맡아온 광주은행이 23년 만에 KB국민은행에 운영권을 넘겨줬다. 올해만 해도 지자체 50여 곳이 금고 유치전을 앞두고 있어서 지방은행은 비상이 걸렸다.
이 같은 '쩐(錢)의 전쟁'은 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 광주은행은 KEB하나은행이 선정된 순천시금고를 상대로 금고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당초 거액 출연금을 제안하며 2금고 운영권을 낙찰받은 KB국민은행이 막상 약정 때는 액수를 깎아 재심 등을 놓고 구설에 올랐다.
지방은행들은 대형 시중은행이 '협력사업비'라는 거액의 출연금을 무기 삼아 지자체 금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협력사업비는 사실상 지자체에 주는 리베이트다.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들이 출연금을 무기로 지자체 금고를 공략한다면 지방은행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면 공공자금이 역외로 유출돼 지방의 자금 혈맥이 막히고 지역 경제는 더욱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방은행 노사는 자치단체 금고 선정 기준으로 지역민 거래 편의성, 금고시스템 운영, 지역경제 기여도 등 금융 본업에 대한 평가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희원 부산은행 노조위원장은 "자치단체 금고 선정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 정책과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와 금융위원회는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안을 새롭게 마련해 이르면 이달 말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들의 지자체 금고 유치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금고 선정평가 시 출연금 비중을 낮추고 지역 재투자 실적 등을 반영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자체 금고 선정평가 시 협력사업비 배점을 지금(최대 4점)보다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사업비는 100점 만점 중 4점에 불과하지만 금고 쟁탈전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자리 잡았다. 103년 동안 서울시 금고를 지켜온 우리은행이 지난해 신한은행에 자리를 내준 것도 협력사업비 금액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신한은행은 우리은행보다 약 2000억원 많은 3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출혈 경쟁은 향후 대출금리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지자체 금고 출연금 현황'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2014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17개 광역 지자체에 출연한 돈은 총 4037억원으로 집
한 지방은행 노조위원장은 "시중은행은 현재의 금고지정 기준에서 유지나 협력사업비 배점만 낮추길 바라고 있다"면서 "지방은행은 협력사업비 항목을 없애달라고 요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은행 노조는 지자체에서 출연금이 필요하다면 은행과 출연 가능 여부를 합의해 결정한다면 된다는 주장이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