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진행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개편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카드사는 뭇매를 맞고 소비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정작 수수료 개편을 주도한 금융위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협상에서 뒤짐만 진 모양새다. 상당수 대형가맹점이 금융위 관할이 아닌 터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고 사실상 이렇다 할 중재 역할도 기대할 수도 없어 수수료 개편 여파를 카드사들이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11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가맹점 수수료 문제로 업계 1위 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카드, 롯데카드 간의 가맹점 계약이 이날 해지됐다. 현대차를 살때 현대카드나, KB국민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등을 이용해야만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신한·삼성·롯데카드를 가진 소비자는 현대차를 카드로 사려면 다른 카드를 발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현대차와 같은 대형가맹점과 카드업계간의 수수료 갈등이 앞으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해결되고 나면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할인점 외에도 통신사, 백화점, 항공사 등 또 다른 대형가맹점에서도 수수료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앞서 한때 이마트는 가맹점 수수료 갈등으로 2개월가량 신용카드 결제를 전면 거부해 소비자들의 불편이 지속된 바 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 몽니가 다른 대형가맹점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현대차와 카드업계간의 가맹점 수수료 갈등의 불씨는 금융위가 주도해 마련한 수수료 개편안이 중심에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가 발표한 개편안은 마케팅 혜택을 더 많이 누리는 대형가맹점이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했는데, 수수료 인하가 되는 가맹점만 부각하다보니 정작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예고된 갈등은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와 가맹점 수수료 협상에서 일찌감치 백기 투항한 일부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1%대 후반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져진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에 따르면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 대비 현대차와 같은 초대형 가맹점(연매출 500억원 이상)은 수수료를 높게 가져가야 하지만 대형가맹점의 시장 우월적 지위에 대한 눈치 보기나 일부 카드사가 적격비용을 낮게 산정해 대형가맹점에 여전히 혜택을 줬을 개연성도 있다.
금융위는 일단 현대차와 카드업계간의 수수료 협상을 지켜본 후 추후 수수료율의 적정성에 대한 검사를 벌여 지나치게 낮게 계약을 맺은 카드사에 제재를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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