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사진)은 1일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하면서 솔직하게 심경을 토로했다. 은행장 후보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함께 일해온 직원들 때문"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함 행장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로부터 '밑지고 손해보는 것이 베푸는 것이고 나중에 복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며 "내가 지금 물러나는 게 CEO로서의 용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잡음으로 KEB하나은행이 어려움을 겪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함 행장은 "주위에서는 '끝까지 가라'는 격려를 했지만 그럴 경우 직원들이 힘들고 회사가 계속 도마에 오를 게 뻔했다"며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함 행장은 퇴임에 대한 생각을 금융감독당국의 우려 표명 이전부터 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꼭 금융감독원 때문에 물러선 게 아니다"며 "이제 새로운 리더가 필요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함 행장은 "3년6개월간 두 개 은행이 막 통합해 출범한 은행을 이끌다보니 힘이 많이 들었고 건강도 나빠졌다"며 "그런데 주변 모두가 연임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 섣불리 얘기를 꺼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후배들이 들으면 '속았다'며 섭섭해할 것 같긴 하다"며 미안해했다.
실제로 함 행장은 지난해 말부터 사석에서 연임에 대해 질문하면 "꼭 제가 연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라고 되묻곤 했다. 이 때문에 함 행장이 퇴임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하나금융지주 내부에선 함 행장에 대한 신뢰가 워낙 두터워 이 같은 해석은 힘을 잃고 사라졌다.
자신을 행장으로 발탁했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선 "회장께서 바랐든, 안 바랐든 이번 결정이 회장님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는 "회장님도 조직을 위해 도움이 되는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해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먼저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은행에 들어온 후 40여 년간 한번도 가족과 가본 적이 없는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도 했다.
함 행장은 "어찌 보면 후련하다"며 "지성규 신임 행장이 이끄는 KEB하나은행이 최고의 은행을 위한 여정을
함 행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하나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3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행장으로서 함 행장의 임기는 주주총회에서 새 행장이 결정되는 오는 21일까지다. 이후에도 연말까지 하나금융지주의 부회장직은 유지하게 된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