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형 주식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이며 시장이 다시 박스권에 갇힐 조짐을 보이자 안정적 실적과 배당이 기대되는 채권형 주식이 시장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채권형 주식은 워런 버핏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 유형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버핏은 꾸준히 15%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일 신한BNPP자산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 SK가스 나이스정보통신 기업은행 DGB금융지주 한국자산신탁 코리안리 등이 채권형 주식 요건을 만족시키는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운용사는 지난해 말 20~30개 채권형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스노우볼 인컴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채권 전문가로 유명한 서준식 부사장이 직접 운용하는 펀드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출시 당시만 해도 이 상품은 온라인으로만 판매됐다. 그러나 예상외로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급증하자 곧바로 오프라인 판매로 전환했을 만큼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서 CIO는 채권형 주식 조건으로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주식, 미래 ROE를 예측할 수 있는 주식,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 없는 주식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 투자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4개 사업부가 서로 보완하며 최근 10년 동안 ROE가 한 번도 1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채권형 주식으로 꼽혔다.
서 CIO가 주목한 채권형 주식은 대부분 꾸준한 ROE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채권형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구하는 핵심은 ROE이기 때문이다. 과거 ROE를 보고 보수적으로 미래 10년간 ROE를 추정하면 10년 후 채권형 주식의 순자산가치를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나온 예상 순자산가치를 현재 가격으로 나누면 10년간 기대수익률이 나오고 연간 기대수익률도 알 수 있다.
가령 DGB금융지주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6~12%의 ROE를 유지해왔다. 보수적으로 잡은 미래 ROE가 7.6%인데 이 추세로 10년간 성장하면 10년 후 순자산가치는 5조2200억원이 되기 때문에 현재 순자산가치를 감안하면 10년간 3.8배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19.6%가 된다. 어느 정도까지 기대수익률을 만족시키는 주식이 채권형 주식이냐에 대해서는 버핏이 연 15%로 봤고, 서 CIO는 삼성전자 같은 대형 우량주는 연 12%, 다른 주식은 연 15%를 내세웠다.
신한BNPP운용 계산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의 예상 ROE가 14%, 코리안리 6%, SK가스 5.3%, 나이스정보통신 15% 정도다. 서 CIO는 "시장 상황과 상대가치에 따라 목표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지만, 연 15% 정도면 가격 지지 가능성이 있고 투자 매력이 있는 채권형 주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지난달 28일 미·북정상회담 결렬 쇼크로 주식 가격이 빠지면서 채권형 주식 범주에 들어가는 주식은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1월 주가 상승으로 코리안리 SK가스 한국자산신탁 목표수익률이 다소 낮아지긴 했으나 2월 주가 하락으로 다시 목표수익률이 15% 위로 올라섰다"고 덧붙였다.
채권형 주식 계산의 핵심은 미래 ROE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미래 ROE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목표수익률을 재산정해야 한다. 최
'스노우볼 인컴펀드'의 주식 운용을 담당하는 한형기 신한BNPP자산운용 액티브운용실 차장은 "리서치센터가 추정하는 ROE는 장밋빛 업황이 반영되는 경우기 때문에 가치투자 입장에선 최악의 업황을 가정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ROE를 추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