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하겠다고 대외적으로 발표하고도 도입 예정 시점을 1년이나 넘긴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도입 초기에 위탁운용자금 유치 등에서 압박을 느낀 기관들이 무리하게 도입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는다.
28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운영하는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홈페이지를 보면 '코드 참여 예정 기관투자가'로 등록된 46곳 중 2018년 이내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뒤 아직 도입하지 않은 기관이 25곳에 달했다. 2017년에 등록한 기관 18곳은 모두 2018년 1분기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으나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또 이들 가운데 세 곳만이 지난해 계획을 수정해 도입 시점을 올해로 연기했고, 나머지 기관은 수정조차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기관투자가의 등록 시점이 2017년 5월(14곳)에 집중된 점을 들어 이들의 참여 이유가 당시 산업은행이 'PE 펀드·VC 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계획' 공고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할 예정인 기관에 가점을 주겠다고 알린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지난해 9월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용역사업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자금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코드 도입 기관과 코드 도입계획서 제출 기관에 가점을 부여하는 정책을 썼다"며 "기관들이 당장의 가점만을 바라고 도입계획서를 면밀한 계획 없이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위탁자산운용사에 가산점을 준다고 밝히면서 올 초까지 자산운용사 30곳
조대현 서스틴베스트 연구원은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홈페이지에 등록된 참여 예정 기관 중 상당수가 스스로 공시한 계획대로 코드를 도입하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