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개선` 머리 맞댄 민금위 학계의 금융 분야 전문가 모임인 민간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올해 첫 정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빈기범 명지대 교수, 김주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홍순영 한성대 교수, 이젬마 경희대 교수, 김창수 연세대 교수,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 남주하 서강대 교수(위원장), 이인실 서강대 교수, 최창규 명지대 교수, 우상현 현대캐피탈 전무, 박정수 서강대 교수, 김훈용 동덕여대 명예교수. [한주형 기자] |
21일 금융 분야 정책제언 모임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체계 개선' 성명서를 채택했다. 지난 20일 열린 민금위 정례회의에서 기금운용 전문가들이 치열한 논의를 거친 결과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을 두고 정부가 연기금을 통해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을 노골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자는 취지다.
기금위 상설화는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10여 년간 꾸준히 거론돼 왔고,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다. 그러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보건복지부가 주도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방안에는 복지부 산하에 기금위 사무국을 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복지부는 기금위 위원 20명 중 정부 측 당연직 위원을 현행 6명에서 3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민금위 발표자로 나선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사무국을 복지부 산하에 두면 기금위 업무를 보좌하는 본래 역할보다는 정부가 입김을 행사하는 통로로 변질될 수 있다"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부부처에서 독립된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나서 국민연금 투자 방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3월 주주총회에 앞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기금운용의 독립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전문가 목소리에 설득력을 더한다. 국민연금이 오너 일가를 비롯한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부쩍 커지는 반면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을 두고 정부 입김을 차단할 방안 마련과 관련해서는 좀처럼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는 이사와 감사 선임, 이들에 대한 보수 한도 승인 등 기업 이사회 견제에 집중됐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중 이사와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이 230건(42.8%)에 달했고, 이사와 감사 선임에 대한 안건이 226건으로 42.1%를 차지했다. 전체 반대 의결권 행사 중 85%가 이사회 견제에 집중된 셈이다. LG화학 에쓰오일 SK텔레콤 제일기획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상장사가 줄줄이 국민연금의 이사·감사 선임 반대에 직면했다.
이날 민금위는 국민연금의 낮은 수익성과 비효율적 자산 배분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 지적했다. 최근 5년간 세계 주요 연기금의 평균 수익률을 보면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5.19%에 그친 반면 캐나다 공적연금 12.02%,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10.4%,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9.37%에 달해 우리나라와 큰 격차를 보였다.
해결책으로는 △장기적 관점의 전략적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구축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에 기금 분할 운용 등 2가지가 제시됐다. 이 교수는 "통상 기금 수익률이 평균 2%만 올라도 기금 고갈 시점이 20년은 늦춰진다고 본다"며 "자산 배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포트폴리오는 기금위가 주도해 주식·채권 두 가지 전통 자산 비중으로만 단순하게 만들어 유연성을 키우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복지부 주도로 5년마다 자산 배분을 점검한다.
그
[정주원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