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YG엔터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트루벤PE는 한솔오크밸리 입찰의 경쟁 후보자였던 한국토지신탁과 연합해 공동 입찰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수·합병(M&A) 딜은 한솔홀딩스가 한솔오크밸리 운영사인 한솔개발(주) 지분 91.43%를 매각하는 것으로, 본입찰은 21일 삼일PwC 주간으로 진행된다.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트루벤PE는 YG·한토신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000억원을 먼저 투자하는 식으로 한솔오크밸리를 인수하고 향후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유휴지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쟁력 있는 3개 회사가 하나로 뭉친 데는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각 회사 장점을 살려 한솔오크밸리를 국내 최고 리조트로 개발해보겠다는 데 의기투합한 결과다. 컨소시엄 자금 운용(GP)을 맡은 트루벤PE가 1대 주주로서 인수금융 등 비용조달을 책임지고, 출자자(LP)인 YG엔터는 콘텐츠를, 한국토지신탁은 개발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특히 한솔오크밸리 내 축구장 300개에 달하는 유휴지는 향후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솔오크밸리는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골프·스키 중심 리조트다. 골프빌리지는 회원제 골프장(36홀)인 오크밸리CC, 대중제 골프장(9홀)인 오크크릭GC, 콘도 A·B동 등이 있다. 스키빌리지는 회원제 골프장(18홀)인 오크힐스CC, 콘도 C·D동, 스노파크(스키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휴지는 약 260만㎡로, 축구장 약 300개를 지을 수 있는 방대한 크기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오크밸리는 스키장과 골프장 위주로 구성돼 있지만 유휴 공간이 많아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워터파크나 패밀리형 테마파크로 개발하면 사계절 레저 활동이 가능한 리조트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강원도 평창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것도 오크밸리 매력 중 하나다.
실제 트루벤PE 컨소시엄은 이곳에 YG가 한류 콘텐츠를 제공하고 한국토지신탁이 개발을 맡는 방식으로 추가 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리조트에는 콘서트장과 같은 공연시설을 만들어 YG 소속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류 콘텐츠를 즐기면서도 도시가 아닌 외곽에서 휴양을 기대하는 관광객이 들를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YG가 2년 전 인수한 '엑스골프(XGOLF)'도 한솔오크밸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엑스골프는 국내 온라인 골프예약서비스 업체로 국내외 300여 개 골프장과 제휴해 예약 서비스와 국내외 골프투어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골프산업이 고급 회원제 시장에서 대중제(퍼블릭) 시장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솔오크밸리 인수 후 높은 부동산 가치에 비해 기존 회원 입회보증금과 수백억 원에 달하는 부채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매각 이후 회원권이 모두 반납됐을 때 매입자 측이 감당해야 하는 입회보증금은 최대 5600억원에 달한다. 한솔개발 실적을 짓누르는 부채도 약 500억원이나 된다. 강원도 금싸라기 땅을 확보하고도 실제 예상 매각가가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최근 한솔개발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감소세다. 2014년 561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7년을 기준으로 72억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대출과 이자 등 비용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오크밸리는 부동산 가치에 비하면 저평가돼 있는 게 맞는다"면서도 "막대한 회원 보증금과 부채를 감안하면 매입자로서는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아 쉽지 않은 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크밸리는 매입할 때보다 앞으로 들어갈 투자비가 더 많은 만큼 입찰자로서는 큰 그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
한편 한솔그룹은 비주력 계열사와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플랜트 설비 생산업체인 신텍을 매각한 데 이어 한솔제지 계열사였던 덴마크와 독일 자회사를 매각했다. 시장에서는 한솔그룹이 오크밸리 매각 이후 제지 계열사를 추가로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