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에서 치러진 동대표 선거가 줄줄이 성원 미달과 당선 무효 등으로 사실상 무효화되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선거 실시 두 달 만에 재선거가 불가피해지자 관리사무소와 주민 간 책임을 둘러싼 갈등도 불거졌다.
해당 아파트는 5000가구 규모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이촌동 5개 단지(강촌·코오롱·한가람·대우·우성) 중 한 곳으로 리모델링을 주도해야 할 주민 대표 선발이 늦어지면서 사업 추진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17일 용산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실시된 강촌아파트 동대표 선거에서 일부 주민이 관리사무소가 선거에 부당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구청이 행정지도에 나섰다. 결국 이 아파트는 선거를 치른 지 겨우 두 달여 만에 다시 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치른 동대표 선거에는 후보자가 없었던 1개 동을 제외하고 8개 동에서 후보자 1명씩 총 8명이 출마했다. 하지만 이 중 5개 동은 투표 성원이 미달돼 아예 개표하지 못했으며, 2개 동은 찬성표가 절반을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선 무효로 최종 처리됐다.
일부 주민은 개표하지 못한 5개 동에 대해 관리사무소 측이 동대표로 새로운 주민이 당선되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러 투표 인원을 미달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대표 선거에서 투표 인원이 미달되면 재투표를 피하기 위해 투표 기간을 연장하거나 관리소에서 직접 투표용지를 들고 방문해서라도 투표 인원을 채우기 마련인데, 이 같은 노력 없이 서둘러 개표를 진행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강촌아파트의 한 주민은 "2~3표만 더 받으면 절반을 넘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서둘러 투표를 종료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투표를 무효로 만들려고 한 시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와 관련해 "규정상 관리사무소가 선거 진행을 맡도록 돼 있어 절차에 따라 진행했을 뿐"이라면서 "선거에 개입한 적은 없으며 조만간 재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촌아파트 동대표 선발은 향후 통합 리모델링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강촌 입주자대표회의는 과거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에 강촌 단독으로 지원한 데 이어 강촌 단지 내에 리모델링 추진위원을 별도로 모집하는 등 단독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번에 동대표로 새롭게 출마한 주민은 5개 단지 통합 리모델링 또는 최소한 인접한 코
인근 정비업계 관계자는 "주민 간 통합 리모델링을 지지하는 세력과 단독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세력 간 갈등이 팽팽하다"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이촌동 통합 리모델링 사업의 윤곽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