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운용된 1900개의 한국형 헤지펀드 중에서 900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 1년 수익률이 -20%보다 더 떨어진 펀드들이 110개나 됐다.
헤지펀드들이 절대수익을 얻는 차원에서 주로 활용했던 '롱숏 전략'이 오히려 하락장에서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헤지펀드들이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안정적 수익을 얻기 위해 주로 쓰는 롱숏 전략은 주가가 오를 종목을 사고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 대해선 공매도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 전략이다. 문제는 롱숏 전략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숏'이 주된 전략이 되기보다는 '롱' 전략을 활용하는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코스피시장이 고점 대비 30% 빠지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여러 가지 전략을 섞어 사용하지만 롱숏 전략의 비중이 큰 멀티 전략 헤지펀드도 마찬가지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의 경우 2017년 상승장에서의 대박은 2018년 하락장에서의 큰 손실로 이어졌다. 트리니티 멀티스트래티지 1호 펀드는 연간 하락률이 42.54%에 달했다. 트리니티 멀티스트래티지 2·3호 역시 연간 수익률이 -35~-40%대였다. 롱숏 전략이 가미된 멀티 전략 펀드가 2017년 연 100% 이상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입소문을 탔지만 작년 하락장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이외에 롱숏 전략을 쓰는 트리니티 중소형주 플러스도 -32% 수익률, DS자산운용의 디에스 진 펀드도 -28%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2017년 큰 수익을 거뒀던 대형주 '롱' 전략이 2018년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2018년 그나마 주식형에서 선방한 곳들은 IT, 화장품, 자동차 같은 시장 주도주를 많이 담은 곳이 아니라 한 섹터 안에서 롱숏 종목을 잘 고른 회사들이었다"고 말했다.
롱숏으로 무너진 헤지펀드의 자존심은 메자닌 전략과 기업공개(IPO) 전략을 활용한 펀드들이 대신 세워줬다.
지난해 수익률 상위 헤지펀드의 대부분이 메자닌, IPO 전략이었는데 시장의 흐름을 덜 받는 중소형주를 잘 발굴해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빛을 발했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에 있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를 의미하는데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들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는 리픽싱(refixing)으로 낮은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 안정성이 보강된 전략이다.
메자닌 전략을 쓰는 전통적 강자인 라인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 파인밸류자산운용 등이 골고루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새턴 3호는 전체 자산의 80% 이상을 메자닌에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해 75.31%의 수익률을 거뒀으며 2017년 9월 이후 설정액 수익률은 80.68%에 달한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CB나 BW를 편입해 평상시에는 정해진 채권이자를 꾸준히 받으면서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시중에서 우량 중소기업의 딜을 발굴하는 단계부터 우수한 성과를 보였으며 보통 폐쇄형으로 설정되는 메자닌 펀드와 달리 펀드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으로 '새턴' 펀드를 출시했다. 알펜루트 몽블랑 앱솔루트 1은 작년 64.86%, 알펜루트 Fleet5도 64.47%의 수익률을 거둬 메자닌 전략의 고수익·저위험 성과를 입증했다.
헤지펀드의 전략 중 하나인 IPO 전략은 비상장 주식 지분
공모주에 집중 투자하는 알펜루트 공모주2호 펀드는 지난해 29.28%의 수익률을 보여 2016년 8월 설정 이후 수익률이 61.78%에 달했다. 이외에 페트라 코리아 IPO 헤라 1호도 지난해 22.64%의 수익을 거뒀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