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관계자는 "연구용역 보고서는 제3금융중심지를 선정했을 때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들어 있다"며 "금융중심지를 추가로 선정하는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위원들이 판단을 내릴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일 뿐 결론을 내리는 목적으로 만든 보고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용역을 수행한 금융연구원도 제3금융중심지 지정의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해 보고서의 시각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장점과 단점을 다룬 부분의 양도 엇비슷하게 맞췄다는 설명이다.
전북혁신도시는 호주 시드니를 모델로 한 금융중심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기반의 거대한 자산운용시장으로 인해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몰려들고 있는 호주 시드니가 우리에게 맞는 금융중심지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약 65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막대한 기금을 기반으로 한 금융중심지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최근 미국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과 뉴욕 멜론은행이 전북혁신도시에 사무소를 낸 것은 국민연금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내 금융환경을 감안할 때 금융중심지를 3곳이나 두는 것은 무리한 행정이라는 비난도 있다. 서울과 부산이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돼 1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등 공기업 본사가 위치해 있지만 아직까지 민간 시중은행은 이곳을 외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계 컨설팅 기관인 Z/Yen그룹이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lobal Financial Center Index·GFCI)에서 지난해 서울은 33위, 부산은 44위에 그쳤다. 아시아 경쟁국과 비교해 볼 때 서울은 대만의 타이베이에도 뒤지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보다 조금 앞서는 수준이다.
지난해 연말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서울과 부산으로 금융중심지가 나뉘어 있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런 현실을 감안하고 (추가 지정의) 타당성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금융위는 조만간 전달받은 용역 보고서를 금융권 관계자와 지자체 관계자, 법률인 등 21명으로 구성된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위원들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보고서를 전달받은 위원들은 일정을 상의해 다음번 위원회 일자를 정하게 된다.
위원들의 일정 조율에만 3~4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다음 위원회는 일러야 3월 중순께 개최될 전망이다
[이승훈 기자 /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