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어요."
우연히 만나게 된 로또 1등 당첨자가 탄식하듯 내뱉었습니다. 그가 손에 거머쥔 로또 1등 당첨금은 10억대였죠. 무슨 일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그는 한 금융사에서 초대돼서 간 우수고객(VIP) 모임의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수십억대 자산가들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금융 자산 뿐 아니라 부동산까지 생각하면 아마 더 큰 부자일텐데…. 그 자산을 어떻게 하면 잘 굴려 수익을 낼 지, 또 자식에게는 어떻게 하면 잘 물려줄 수 있을지 그 생각만 하더라고요."
생전 처음 가 본 금융사 VIP 모임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커보였습니다. 자산가의 자녀들 간 혼사를 위한 미팅에도 참여한 그는 혀를 내둘렀죠.
부자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증권사들의 차별화 된 서비스는 꽤 오래 전부터 이뤄져왔습니다. 일례로 은행 PB(Private Bank)센터를 가보면 고객 상담실이 따로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출입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또 사모펀드와 같은 PB센터 전용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요.
VIP 초청 행사도 다양합니다. 호텔에서 소규모로 자산관리 세미나를 연다거나 미술관에 초대해 도슨트 투어를 하며 클래식 강좌를 받게 하죠. 차(茶)나 풍수지리, 피부관리와 관련된 문화 마케팅도 빠지지 않습니다.
단순히 투자상품을 소개하고 수익률을 관리해 주는 차원이 아니라 VIP 고객들이 원하는 문화 생활을 위해 금융사들이 발벗고 나서는 모습입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먼저 마련하는 것도 있지만 VIP가 원하는 문화 생활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수요 조사를 해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그런 부자 고객들의 관심이 '자녀'에게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대에서 모은 재산을 아들·손자대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도록 금융사가 도움을 주길 바라는 것이죠. 그 결과 VIP를 대상으로 한 재테크 모임에서 '절세', '가업 승계' '자산 이전'이란 말을 붙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관련 세미나가 봇물을 이룹니다.
그 뿐 입니까. 세입자와 분쟁이 생기면 금융사 직원들이 대신 해결해주거나 부모님 시골 땅을 파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한 가문의 집사 역할을 자처하는 것인데요.
'최고의 재테크는 자식 농사'라거나 '자식 농사만한 노후대비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때 자식 농사는 자식 교육과 직결되는 일이죠. 요즘 어딜가나 화제인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는 이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부자들의 관심사인 자녀 교육을 위해 금융사들 역시 나서고 있습니다. 대학 입시 설명회와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은행별로 1년에 2~4회까지 대학 수시나 정시 관련 설명회를 여는 한편, 리더십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리더십 프로그램에서는 재테크 강연을 열거나 세계 유수의 대학을 견학하며 VIP 자녀들의 견문을 넓혀주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스카이캐슬에서 보듯 금융사가 VIP 자녀와 입시 코디네이터를 연결해주는 일까지 하느냐란 질문에는 다들 손사래를 칩니다. 또 VIP를 위한 모든 행사에 참가비가 없는 것은 맞지만 초청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VIP들은 정해진 PB와 1:1로 업무를 보기 때문에 굳이 초청장을 줘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시중은행 PB관계자는 "이미 PB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VIP에 대해 어떤 와인을 좋아하고 어떤 미술 작품을 선호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 성향을 다 파악해 관련 모임이나 행사가 있으면 PB가 직접 (VIP에게) 제안을 하는 식이지 굳이 초청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VIP는 또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초청장이 발부되는 것을 오히려 꺼려한다고도 합니다.
결국 VIP 모임 참여를 위한 참가비는 물론 초청장도 드라마와 달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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