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25일 현대오토에버에 대한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2월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등을 거쳐 3월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완료하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오토에버 예상 시가총액을 8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은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한 달가량 시간이 걸린다. 앞서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예비심사 신청 주간사는 NH투자증권이 담당했다.
현대오토에버가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특수관계인 등이 지분 90.32%를 갖고 있다. 주요 주주는 현대차(28.96%)를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19.46%), 기아차(19.37%), 현대모비스(19.37%), 현대건설(2.21%), 현대엔지니어링(0.63%), 현대스틸산업(0.32%)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30%(상장사)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2017년 8월에 발표했다.
현대오토에버는 규제 대상인 지분 기준 20%에 미치지 않지만 2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주목을 받았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SI 업체,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 그룹 핵심과 관련이 없는 부문에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현대오토에버를 비롯한 SI 기업들에 시선이 더욱 집중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스피 상장을 위한 첫 고비를 넘은 만큼 현대오토에버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부터 운신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상장 후 구주매출 방식으로 지분을 처분할 수도 있다.
자금 확보에 성공할 경우 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오토에버 상장은 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앞서 현금 실탄을 만드는 용도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지분율이 19.46%에 달하는 만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기업으로 꾸준히 거론된 회사다. A연구원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매각 대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거나, 상속·증여세 등을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현대차가 기아차를 지배하는 구조다.
현대글로비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대오토에버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언급되고 있다. 이 경우 현대오토에버를 합병한 현대글로비스 주식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 5월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품 사업을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고 했지만 주주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의 반대로 포기했고,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새다.
변수는 일반 주주들 반발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합병이라는 것이 대주주들만 합의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은 시너지 효과가 별로 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상장이 완료되면 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산업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상장을 통한 연구개발(R&D) 투자자금 조달 및 기업 인지도 제고, 우수 인재 확보 등으로 디지털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오토에버는 2000년 설립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정승환 기자 / 정석환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