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감정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강동구 전세가는 올 들어 3주차까지 누적으로 1.18%나 하락했다. 올해 들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작년 말 입주를 시작한 9510가구 송파 헬리오시티가 있는 송파구(-0.79%)보다도 전세가 낙폭이 훨씬 심했다.
강동구 전세가가 하락한 이유로는 송파구 초대형 단지 입주와 강동구 내 입주 쏠림 현상이 꼽힌다. 두 요인이 겹치면서 강동구에 이중고로 작용했다는 것. 강동구와 송파구는 경계선을 공유하는 '이웃 자치구'다.
강동구는 송파구와 비교해 주거 선호도가 살짝 처지는 경향이 있어 강동구에서 전세를 살던 사람들 상당수가 헬리오시티로 옮겨가면서 강동구 전세가가 하락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A공인중개 관계자는 "학군이나 교통 측면에서 강동보다 송파 선호도가 아직까지는 높은 데다 헬리오시티 전세가 싸게 나왔다는 소식에 강동에서 많이들 갔다"면서 "이 때문에 헬리오시티 등 송파는 오히려 최근 들어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고, 되레 강동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올해 1만가구 넘게 예정된 강동구 내 입주 물량이다. 몇 년 전부터 재건축이 활발했던 강동구는 올해 대규모 단지 입주를 앞두고 있다.
4932가구에 달하는 '고덕그라시움'에 역시 1000가구가 넘는 '래미안 명일 솔베뉴'(1900가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올 한 해만 헬리오시티를 능가하는 1만946가구가 입주한다. 2020년에도 역시 5088가구가 입주를 준비 중이다. 4066가구 대단지 '고덕아르테온'과 함께 '고덕센트럴푸르지오'(656가구) 등 입주가 예정돼 있다.
향후 2년 새 이처럼 1만6000가구 입주가 몰려있다 보니 전세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이미 6월에 입주하는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는 전용 59㎡ 전세 매물이 4억원대로 떨어져 나와 있지만 잘 나가지 않는다.
여기에 경기도 하남시 입주까지 겹치면 강동구는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이 있다.
강동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9월 입주하는 그라시움 전용 84㎡ 시세가 지금은 12억원대를 받쳐주고, 전세는 5억원대 후반~6억원대를 유지하는데 이 시세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면서 "헬리오시티 전용 84㎡ 전세가 5억원인 상황에서 4억원 선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가 무너지면 매매가격에도 일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최근 각종 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매매거래도 잘 되지 않는다. 올 들어 강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4% 하락해 서울에서는 하락폭이 큰 편이었다.
2011년 입주한 고덕동 소재 '고덕아이파
분양권 가격도 주춤하다. 작년 11월 11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고덕그라시움' 전용 84㎡ 분양권은 현재 시세가 1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