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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을 관망하다가 언제든지 달러를 꺼내 활용할 수 있는 단기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수익성이 더 높은 투자처로 자금을 이전하거나 유학자금, 여행자금을 불시에 인출해야 할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해 달러 자산의 '파킹 통장'을 자처하는 투자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듀레이션(잔존만기) 6개월짜리 초단기 달러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다. 채권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초단기 채권에 달러를 실어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달러 RP 금리를 인상하며 달러 자산 유치에 잰걸음을 걷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은 달러 표시 초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USD초단기채권증권펀드'를 25일 출시했다. 이 펀드는 달러 채권을 편입하는 국내 펀드 가운데 보유 채권 만기가 가장 짧다. 시중 달러 표시 단기채 펀드는 듀레이션이 평균 1~2년이지만 이 펀드는 잔존만기 평균 180일 내외의 달러 표시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미국 단기국채(T-bill), 단기 회사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을 두루 편입한다. 호흡이 짧은 채권을 편입해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김윤진 NH아문디자산운용 해외채권운용팀장은 "채권 듀레이션이 짧을수록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적게 받아 안정적"이라며 "이 펀드가 편입한 자산의 듀레이션은 시중 단기채 펀드의 25~50%에 불과해 그만큼 손실 위험이 낮다"고 전했다. 이 펀드는 달러와 원화로 모두 투자가 가능하다.
피델리티자산운용도 올 초 달러자산을 겨냥한 '피델리티 인핸스드 리저브 펀드'를 선보였다. 전 세계 우량 단기 달러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역외펀드다. 전 세계 투자등급 단기 채권에 운용자산의 절반을 투자하고 하이일드 회사채에도 선별적으로 돈을 실어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한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발행된 달러 표시 단기채권 편입 비중이 70%에 달한다. 피델리티운용 관계자는 "아시아권 우량기업이 발행한 달러 채권은 리스크 대비 쿠폰금리가 높고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두 펀드 모두 환매수수료가 없고 환매기간을 3~4일로 대폭 단축해 수시 입출금용 상품으로의 기능을 강화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매에 보통 7~8일이 소요된다. 두 펀드 모두 연 2% 중반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달러 투자상품인 달러예금과 달러RP 금리를 소폭 웃돈다.
펀드가 담는 채권의 만기가 점점 짧아지는 이 같은 현상은 미 연준이 올해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과 맞닿아 있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미국 중장기채권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만 초단기채는 하락폭이 낮아 안정성 제고 차원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작년 1월 이후 1년물 기준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한국 국채 금리보다 더 높아진 것도 달러 단기채권 투자의 매력이다. 24일 기준 미국
증권사도 수익성을 높인 달러 투자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달러RP 금리를 높여 단 하루만 맡겨도 연 1.50% 금리를 제공한다고 지난주 밝혔다. 삼성증권도 최근 달러채권 전담 데스크를 신설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