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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우리나라와 호주의 퇴직연금 수익률 격차는 우리 금융시장의 민낯이다. 은행 예·적금처럼 원리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에 쏠려 있는 탓에 국내 퇴직연금 자산은 지난해에도 수익률이 1.88%에 그쳤다.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퇴직연금 개혁의 일환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서둘러 달라는 주문이 이어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한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법인을 별도로 만들어 보다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회사는 사업에만 열중하고 퇴직연금은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 법인이 책임지는 구조다. 한국에는 이 제도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지난 24일 매일경제와 만난 브렛 힘버리 IFM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CEO)는 "25년 동안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이 한국 퇴직연금 제도 안착에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끄는 IFM인베스터스는 호주 27개 퇴직연금 기금이 출자해 설립한 자산운용사로 운용자산만 90조6400억원에 달한다.
그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한 사항으로 자산배분 규제 문제를 꼽았다. 기금 운용자가 자유롭게 자산배분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은퇴 준비 상품인 국내 TDF가 퇴직연금을 굴릴 때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펀드 자산의 80%를 넘으면 안 된다고 규제하는 등 자산배분 제약이 심한 것을 감안하면 시사점이 있다.
힘버리 CEO는 "호주 역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등 자산배분에 대한 규제를 없앴다"며 "자산배분 결정을 내릴 때 규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투자 결정에 맡기면서 높은 성과와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프라스트럭처 등 비상장 자산이 리스크가 큰 고위험 자산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힘버리 CEO는 "성숙한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면 연 4.5~5.5%의 꾸준한 인컴 수익(배당수익)을 만들어낸다"며 "IFM이 향후 99년간 운용 권리를 가지고 있는 캔버라 보터니 항구와 뉴사우스웨일스 항구 등 호주 2대 항구 등의 투자가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