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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거래절벽으로 방문객 없이 썰렁한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의 부동산 공인중개소 전경. |
23일 찾은 이곳에는 사람들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활기가 넘쳤지만 부동산시장은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꽁꽁 얼어붙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촌동 도처에 수십 개 공인중개업소가 산재해 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지역에서 개별 단지로 가장 규모가 큰 '건영한가람'(2036가구)은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박 시장의 통개발 발언 후 가격이 폭등한 대표적인 단지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만 해도 8억~9억원대 초반이었던 이 단지 전용 59㎡ 가격은 작년 7월 박 시장의 발언 후 10억원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거래는 뚝 끊겼다. 지난해 9월 18일 전용 59㎡가 12억91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한 후 4개월 넘게 거래가 없다. 2000가구 넘는 대단지 거래가 3개월 넘게 '0'인 '거래 제로'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근 834가구 규모 '이촌코오롱' 역시 마찬가지다. 전용 84㎡ 매물이 같은 해 9월 15억2000만원에 팔린 것이 마지막이다. 인근 공인중개 관계자는 "이촌동에 거래 자체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지 좀 됐다"면서 "워낙 급하게 많이 올랐다 가격이 떨어지는 바람에 매매가 끊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에서 계속 규제를 내놓겠다는 식으로 말하니 지금은 사려는 분들도 일단 가격이 더 하락하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는 "한국은 건설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고 중개업 등 관련 업종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수십만 명"이라며 "경기를 살린다는 정부가 부동산을 점점 얼어붙게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극한의 빙하기로 접어들고 있다.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오며 대출이 막히고,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추가로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아예 없어졌다. 기존 다주택자들은 팔고 싶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는 데다 양도세 부담 때문에 선뜻 내놓지도 못한다. 매도자들도 직전 거래 가격을 뻔히 알고 있어 확 내려 팔지도 못하고,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매물을 일단 거둬들이는 형국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들어 22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1200건을 간신히 넘겼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60건이 채 거래되지 않는 것이다. 이 추이대로라면 1월 서울 거래신고건수는 2000건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12월 2303건이 신고돼 '최악의 거래절벽'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2019년 시작이 더 좋지 않은 셈이다. 1월 신고건수가 2000건이 안 된다면 이는 2013년 1월 이후 72개월 만의 일이 된다.
기존 아파트 거래도 거래지만 정부가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를 막아놔 이 역시 암울하다. 2017년만 해도 분양권과 입주권 전매거래는 9000건이 넘을 만큼 활발했다. 그러다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서울의 분양권과 입주권 전매가 일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원천 금지됐다. 2018년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전년에 비해 3분의 1도 채 안 되는 2910건에 불과했던 이유다. 올해는 1월 이 거래가 57건만 신고돼 1000건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거래가 막히면서 시장도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 가격 홍역을 치렀다. 작년 11월 전용 76㎡ 고층 매물이 16억원에 거래돼 2017년 말 가격으로 돌아간 데 이어 14억원대 매물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매물을 두고 한쪽에선 '허위매물' 혹은 '미끼매물'이라고 주장하고, 한쪽에선 14억원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며 갑론을박을 벌인 것. 은마아파트의 이 면적이 14억원대 가격이라면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즈음 가격으로 돌아간 것이다. 현재 1층 매물은 '급매'로 14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2월 설 연휴가 끝나고 상황이 반등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각종 규제로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청약시장 열기에서 집에 대한 수요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격이 좀 더 하락하고, 일부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현재와 같은 극한의 거래절벽 상태는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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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