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대구은행장을 겸임하게 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23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 영업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밝혔다. 10개월간 공석이었던 대구은행장은 지난 18일 DGB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김 회장을 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회장·행장 겸직 체제로 가게 됐다. 대구은행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김 회장을 은행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DGB금융지주는 자산 60조원 규모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방 금융그룹이다. 자회사로 DGB대구은행, DGB생명, DGB캐피탈, 하이투자증권 등을 두고 있다. 대구은행 50여 년 역사에서 외부 출신이 행장에 오른 것은 1992년 외환은행 출신 홍희흠 행장에 이어 김 회장이 두 번째다. 김 회장도 외환은행에서 은행 생활을 시작했으며 하나은행 부행장과 하나생명 사장 등을 지냈다.
이날 김 회장은 수도권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금융 자산은 65%가량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 있고 대구·경북 비중은 8% 안팎에 그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장기간 경기 침체로 인해 지난 10년간 수신은 제자리걸음, 여신은 감소 추세다.
김 회장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퇴직 은행원을 공개 모집한 뒤 2인 1조 모바일 영업지점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서울과 수도권 중소기업을 적극 공략해 이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구은행은 수도권에 4개 본부를 만들고 본부당 30명가량 인력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이들은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해 금융상품을 설명하고 대출서류 작성도 직접 도와주는 등 철저한 고객 맞춤형으로 움직이게 된다. 은행 시스템을 잘 몰라 문턱을 넘지 못했던 우량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한다는 각오다.
그는 "퇴직 은행원들에게는 재취업 기회가 될 것이다. 성과급제를 운용해 이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제공하겠다"며 "시스템이 정착되면 부산·울산·경남 등 제조업이 강한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소속 자회사들 이름에서 'DGB'를 지우려는 계획도 수도권 공략의 일환이다. 'DGB' 명칭은 대구·경북이라는 상징성이 강해 전국을 상대로 영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DGB금융지주 로고는 전 계열사가 사용하지만 이름에서는 DGB를 뺀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글로벌 금융회사인 HSBC가 전 세계에서 인수한 자회사 상당수도 HSBC 로고만 사용하고 이름은 현지에 맞게 쓴다"며 "우리도 굳이 DGB를 이름으로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복합점포 설치도 김 회장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다. 서울에 1곳, 대구에 2곳 신설되는 복합점포는 은행·보험사·증권사 상품을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따른 금융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는 "하이마트처럼 금융양판점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그룹 내 계
김 회장의 지주회장 임기는 2021년 3월, 대구은행장 임기는 2020년 12월까지다. 은행장 육성 프로그램에 따르면 차기 은행장은 2020년 6월까지 현직 대구은행 임원 가운데 한 명이 내정돼 경영 수업을 받게 된다.
[이승훈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