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에서도 핵심지로 불리는 대치동과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 시세도 급락했다.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4단지 등은 최소 2억~5억원 가까이 실거래가가 빠졌다.
같은 강남권이라도 신축 아파트들은 가격 하락을 버텨내며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지난 상승장에 동승하지 못했던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은 강남 입성 기회를 호시탐탐 고심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등 부동산 전문가 4인에게 서울 재건축 아파트 투자 타이밍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네 명의 전문가들은 제각기 다른 타이밍을 짚어냈다. 당장 집을 사야 한다는 의견부터 최소 1~2년은 기다리라는 주장까지 의견 차가 컸다.
상승론을 펴고 있는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지금 당장' 아파트를 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핵심은 지금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찍었느냐는 것인데 KB부동산의 주간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매수 의향이 최근 3주간 회복하고 있다"며 "작년 9월 이후 급격히 줄었던 거래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매매가 하락과 거래량 축소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그널이지만, 회복 경향성이 엿보인다는 의미다.
이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으로 설날과 추석 등 명절을 전후해 급격히 변화하는 한국 부동산 특징을 감안하면 설 연휴를 전후해 집값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서울 아파트에 대한 대기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질 때만 기다리는 매수 대기자들의 눈치 보기가 머지않아 실제 매수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반면 고종완 원장은 1~2년간은 지켜보자는 상반된 주장을 폈다. 그는 "재건축 거품이 낀 만큼 빠지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크게 올랐기 때문에 크게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오랜 기간 가격이 조정돼야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고 원장은 이어 "부동산은 단타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미래가치가 올라갈 만한 곳들을 주목해야 한다"며 "몇 년 후 확 달라질 강북의 청량리, 강남의 삼성역 등은 물론 서울시가 미관지구를 해제해서 효과를 보는 지역을 집중해서 볼 것"을 주문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관망세'다. 대부분 이르면 1분기,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켜보라는 입장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시장에서 1~2월에 급매물량이 얼마나 소화되느냐가 핵심"이라며 "1분기 거래량이 사실상 올해 집값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 전문위원은 "재건축 아파트 중에도 여전히 최고가와 엇비슷한 호가가 유지되는 아파트들도 있기 때문에 단지별 사업 추진 현황과 가격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랩장은 '상반기 대외변수'를 올해 부동산시장의 분수령으로 점쳤다.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 금리 등 경제 변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함 랩장은 "상반기를 지켜본 뒤 하반기에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며 "현재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조급하게 매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올해도 전국에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