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과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 외식경영학 교수,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부터)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개별 상장사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처음 논의하는 자리로 주목을 끌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가 좀 더 전문적인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선에서 결론이 났다.
일부 위원들 사이에서는 해당 기업의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위원 다수의 공감대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수탁자책임전문위에) 주주가치 훼손의 정의, 주주가치의 상승·하락의 측정 방법, 주주가치의 시기적 변동 가능성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주주권을 발동하면 첫 사례가 되기 때문에 풍부한 자료 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장관은 한진칼 지분을 10% 이상 매입한 KCGI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은 외부 세력과 연대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 공을 넘겨받은 수탁자책임전문위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만들어졌다. 박상수 경희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주주권 행사 분과와 책임투자 분과 등 2개 분과로 나뉘어 있다. 주주권 행사 분과는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소장 등 9명이, 책임투자 분과는 이재혁 고려대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은 "회의를 개최해봐야 위원 개개인들 의사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위원 구성 측면에서 노조와 시민단체 입김이 강한 게 사실"이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사내이사 해임 요구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공을 넘겨받은 수탁자책임전문위는 1월 중으로 관련 논의 속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이사 해임 요구 등을 하려면 주주제안이 이뤄져야 하는데, 상법상 주주총회일 6주 전에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주총회가 3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논의의 데드라인이 2월 중순인 셈이다.
이날 국민연금의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내세운 시민단체들은 치열한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지배구조포럼은 이날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경계한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한진그룹과 같은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 소지도 있다"며 "헌법 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절실한 필요로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빼면 사기업 경영을 관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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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역시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