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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9포인트(0.43%) 오른 2106.10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6일 2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40여 일 만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982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코스피 사자'를 이어나갔다. 외국인은 2일부터 16일까지 코스피에서 1조129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기관과 개인이 각각 2012억원, 9784억원을 순매도하는 가운데 나 홀로 매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한국 기업 주식을 정리하며 증시 하락을 이끌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작년 4분기에만 3조6891억원을 순매도했다. 10월 한 달간 4조원에 육박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달러화 가치가 소폭 약세로 돌아선 점이 코스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달러가 꺾이기 시작하자 글로벌 펀드 자금이 빠르게 선진국에서 빠져나와 신흥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선진국에서 빠져나간 펀드 자금은 179억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신흥국에 유입된 펀드 자금은 약 30억달러다. 이 가운데 한국으로 들어온 자금도 9억달러로 추산된다. 나머지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펀드들이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 돈을 빼고 신흥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신흥국 통화가치가 안정되면서 한국 등 신흥국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달러화 가치는 가파르게 치솟으며 신흥국 주식시장을 압박해 왔다. 달러가 강할 때는 신흥국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며 국가 펀더멘털에 타격이 온다.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 역시 환율 차이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태도가 시장 친화적으로 돌아서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나타나며 달러화 가치 또한 꺾였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수록 해당 국가 화폐가치는 상승한다. 반대로 기준금리 상승이 시장 기대에 비해 빨리 멈춘다면 이는 달러화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달 97을 훌쩍 뛰어넘은 달러 인덱스는 현재 9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다른 통화 대비 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선진국 펀드에서 빠진 자금이 신흥국 펀드보다 단기성 자금인 MMF에 유입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2조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MMF 규모는 지난해 12월 12일 3조달러를 넘어섰다. 현 수준은 2010년 3월 이후 최고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MMF는 단기성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로, 대표적인 현금성 자산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진국에서 뺀 자금을 신흥국에 투자하기보다 안정성이 높은 현금화 자산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진국 주식에서 빠진 자금이 신흥국 주식으로 유입된 점은 긍정적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MMF에 유입되는 금액이 훨씬 많다. 현금 선호가 압도적이며 신흥국 자금 유입은 주식군에 한정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향후 한국 증시가 완연히 반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