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000억원이 넘던 중소 제조업체인 B사는 업황 악화로 인해 2017년부터 급격한 실적 부진을 겪다가 결국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실적이 악화되자 최대주주가 회사 매각을 추진했고, 지난해 6월 보유 주식 전량을 C사에 팔기로 계약까지 했다. 하지만 이후 매수자 측과 계약 미이행 공방이 펼쳐졌고, 결국 경영권 매각 계약이 해지됐다. 계약 취소로 C사는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주식은 거래정지 상태다.
경영 악화, 대주주 노쇠화, 신사업 진출 등 다양한 이유로 국내 기업에 M&A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추진 과정에서 분쟁을 빚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서로 필요에 의해 매수·매도 측이 M&A에 합의했지만 실제 자금도 확보하지 않은 채 계약을 맺는 사례도 빈번하며, 불법적 거래를 은폐하기 위해 분식회계나 공시 위반도 서슴지 않고 있다. M&A가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그 이면의 부작용 또한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징후가 코스닥 기업들의 M&A 관련 공시의무 위반 급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공시불이행·공시번복·공시변경 등 불성실공시는 총 101건(85개사)으로 전년보다 42.3% 증가한 가운데 33%가 M&A와 연관된 공시의무 위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의무 위반 사유는 △타 법인 주식 취득·처분(18건) △최대주주·경영권 변동(15건) △유상증자(15건) △소송(9건) △단일판매·공급계약(8건) △최대주주 주식 담보 제공(5건) 순이었다. 이 중 타 법인 주식 취득·처분과 최대주주·경영권 변동 등이 M&A와 관련된 불성실공시 사유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최근 기업사냥꾼이 개입한 M&A와 계약 취소 사례 등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며 "창업주가 회사 매각을 결심하고 계약까지 체결했는데, 거래 상대방이 무자본 M&A업체로 드러나 계약이 깨지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타 법인 주식 취득·처분과 관련된 공시 번복은 18건에 달했다. 코스닥공시위원회 관계자도 "M&A 계약 파기로 공시위원회에 올라온 기업 중엔 회사 오너가 공시위원들에게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분쟁 유형이 기업사냥꾼이 자기 돈 없이 빌린 돈으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는 '무자본 M&A'다. 기업사냥꾼들은 한계 상황에 봉착한 기업에 접근해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경영 정상화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M&A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약속된 경영 정상화는커녕 회사 자산을 일시에 팔아치우거나 심지어 자금을 횡령하는 등 기업을 망가뜨리는 일도 발생한다. 이때 매수자는 인수 대상 기업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자금을 빌려 인수대금을 충당하는 일이 횡행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자금 거래를 은폐하기 위해 회계분식과 공시의무 위반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A 계약 이행 과정에서 이를 감지한 종전 대주주들이 기업을 지키기 위해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있다. 이 또한 계약 또는 주총 취소 형태로 공시 위반을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M&A시장이 혼탁해지자 금융감독원도 무자본 M&A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횡령이나 배임으로 추정되는 M&A에 대해 금감원 회계기획감리실은 2018년 사업보고서가 공표된 이후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회계처리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감리를 통해 엄중한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류태열 금감원 회계기획감리3팀장은 "무자본 M&A와 연관된 불성실공시 사례는 실체가 불분명한 비상장기
[정승환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