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부임하자마자 직원들 앞에서 회사의 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농협그룹 정체성 회복이었다. 농협그룹의 일원이란 생각이 있어야 그룹의 자산운용사로서 캡티브 마켓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박 대표는 "금융 계열사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회사의 순자산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농협그룹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농협그룹 금융사들을 설득해 운용 자금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생각에 농협그룹의 '가치'를 많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자금 유치로 2017년 말에 비해 수탁액이 7조3340억원 증가한 27조3990억원(머니마켓펀드 제외)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탁액 증가액으로는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업계 2위다. 증가율 36.5%는 주요 공모 운용사로서는 1위다. 증시 하락으로 공모펀드 규모가 위축된 지난해 주요 공모 자산운용사 중 수탁액 증가율이 30%가 넘는 곳은 NH아문디자산운용뿐이었다.
기관들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채권에서 4조원, 국내주식에서 1조2000억원가량이 늘었다. 농협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말 구축한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농협의 공공성과 사회책임투자를 살리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지난해 말 내놓은 'HANARO 농업융복합산업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시도 중 하나였다. LG화학, KT&G, CJ제일제당, 남해화학 등 농업 관련 종목이 들어간 ETF로 농업이 사양산업이 아닌 성장산업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NH아문디자산운용의 목표였다.
한편 지금까지 수세적이었던 조직문화를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상장지수펀드와 타깃데이티드펀드(TDF), 헤지펀드를 안착시킨 것이 그 예다. 박 대표는 "내부에선 이미 대형 경쟁사들이 독식하고 있던 ETF나 TDF에 지금 진입해 경쟁력이 있겠느냐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앞으로 자산운용업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는 생각으로 추진했다"며 "이제 수탁액이 50조원이 넘으면 최고투자책임자아웃소싱(O-CIO)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말 출범한 ETF사업은 이미 업계 7위로 성장했다.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수탁액을 1년간 24% 늘릴 수 있었던 저력은 직원들에게 있었다. 박 대표는 부임 직후 부문 CIO 제도를 도입했다. 그동안 주식에 특화되어 있던 CIO가 채권이나 대체투자 같은 비전문 분야까지 총괄했다면 이제 주식, 채권, 해외투자, 대체투자 등 부문별로 투자자를 뒀다. 그는 "부문별로 서로 경쟁시키고 또 서로 좋은 일이 있을 때 모여서 축하해주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 직원들이 조직에 로열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하게 된 비결인 것 같다"라며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면서 공감을 이끈 것도 성과를 높이는 데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가 캡티브 자금 확보로 양적인 성장을 한 시기라면 올해는 외부 자금을 더 끌어오고 종합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는 시기라고 박 대표는 보고 있다. 그는 "성장률이 높은 대체투자와 해외사업을 더 확대하고 스튜어드십코드로 책임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He i
△1959년 안동 출생 △1980년 농협대 협동조합과, 안동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2010년 농협중앙회 투자금융부 부장 △2014년 농협은행 경북영업본부 본부장(부행장보) △2016년 농협은행 여신심사본부장(부행장) △2017년 농협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 △2018년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