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시공사 자격을 박탈당한 HDC현대산업개발은 법적 대응을 선언하고 나서 사업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세도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정마저 미뤄지면서 반포 3주구 재건축의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시공사 선정 취소의 건'을 가결했다. 총 1622명의 조합원 가운데 857명(서면결의서 제출 포함)이 참석했고 해당 안건에 대해 745명이 찬성했다. 조합은 찬성률 86.9%로 시공사 우선협상 지위를 박탈했다. 지난해 7월 현산을 재건축 시공사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앞으로 조합은 새로운 시공사도 수의계약 방식으로 결정하기로 결의했다. 조합과 현산이 삐걱거리는 사이 지난 연말에 이미 대림산업,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시공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 건설사는 9~10일 조합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고 이를 토대로 다음달 말 시공사 선정 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최홍기 조합장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경쟁입찰보다는 수의계약 형태로 시공사를 재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요지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이처럼 시공사를 취소하고 재선정하는 일은 드물다.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시간은 곧 돈'이기에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시공사를 교체한 주요 재건축 단지는 2017년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강남구 대치3지구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건축 부담금 공포에 강남 재건축 사업은 중단되다시피 했다. 반포 3주구뿐 아니라 대치 쌍용 1·2차는아예 사업 연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반포 3주구도 이 같은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시공사 교체가 가결된 이유는 현산이 제시한 계약 조건이 당초 제안서보다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조합은 말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900억원대 특화설계 공사비와 공사 범위 등을 놓고 조합과 현산 간, 내부 조합원끼리의 갈등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현산과의 계약서를 두 번 정도 읽어보니 우리 조합에 불리한 계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신반포 재건축 가운데 저희 3주구만 남았을 정도로 많이 늦었지만, 전 재산이 걸린 일인데 서두르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산은 9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아끼려다 8000억원 규모의 재건축 우선협상 시공권을 날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3주구 조합이 현산과 단독 계약을 맺게 된 배경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영향이 컸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의 최고 50%를 조합이 국가에 내는 것이다. 사업성에 결정적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데다 2018년 6월 국토교통부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매뉴얼도 배포했다. 3주구 조합이 시공사로 현산을 선정한 7월에는 건설회사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잔뜩 움츠러들었던 때였다.
이 문제로 조합은 최흥기 조합장에 대한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내홍을
조합은 이 같은 내부 갈등뿐 아니라 현산의 법적 대응도 헤쳐나가야 한다. 현산은 시공사 자격을 박탈당하자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주장이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