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내놓은 금융계열사 매물 가운데 유통업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롯데카드다. 롯데백화점 이용 고객에 기반을 둔 롯데카드의 고객 데이터 회원 수는 771만명으로 추산된다.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 가운데 한화는 갤러리아를 통해 백화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대형마트 분야에서 이마트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한화와 MBK파트너스에 롯데카드 고객 데이터 활용 가능성은 향후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해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한화그룹 갤러리아는 이용 고객 상위 10%가 갤러리아백화점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는 1990년 서울 압구정동에 국내 첫 명품백화점을 여는 등 VIP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갤러리아는 VIP 고객 공략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전국 점포 수는 두 자릿수가 되지 않는다. 롯데카드 고객 데이터가 전국 곳곳에 점포 50개가량을 보유한 롯데백화점(아울렛 포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한화 입장에서는 롯데카드 인수를 통해 고객층을 다양화할 수 있다.
또 갤러리아가 중장기적으로 자체상품(PB) 개발과 독점 브랜드 확대를 노리는 만큼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하면 이 같은 전략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카드 데이터가 확보되면 다양한 고객층 특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열사 5곳을 보유한 한화는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인수전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 역시 백화점 고객층과 대형마트 고객층을 연계해 소비 성향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통업에서 더욱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MBK는 핵심 관계자들이 직접 롯데 금융계열 인수전을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2018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14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상인들과의 상생 협의, 온라인 쇼핑시장 성장 등으로 신규 점포 출점에 대한 부담이 커져 고객 데이터 확보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펼치는 것이 홈플러스에는 더욱 중요해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 데이터는 '누가 사느냐'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훗날 인수자가 정해졌을 때 성패는 결국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결단에도 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유통 분야는 여전히 롯데의 핵심 사업으로 분류된다. 현재 진행 중인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롯데는 경쟁자 가운데 최대 금액(4000억원대 중반)을 써내는 등 향후 유통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 입장에서는 고객 데이터를 최대한 금융계열 인수자에게 넘기지 않으려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가 빅데이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멤버스를 'e커머스 사업' 중심에 두는 동시에 비금융사로 분류해 롯데지주 자회사로 남긴 것은 금융계열사 지분은 매각하더라도 금융·유통 관련 데이터만큼은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른 IB 관계자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든 품고 가려고 하겠지만 이에 대한 협상이 없으면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괄매각'과 '분할매각'을 놓고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롯데 입장에서는 일괄매각이 가장 손쉬운 방안이지만 매물로 나온 롯데 금융계열 3사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점에서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