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그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영업이익 1조원, 3년 내 순이익 연 1조원 달성을 경영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한국투자증권의 누적 영업이익은 5391억원이었다. 4분기도 3분기와 비슷한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연 7000억원 정도인 2018년의 영업이익보다 30% 늘어난 수치를 올해 목표로 잡은 것이다.
정 대표는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대내 환경도 어렵지만 임직원과 함께 난관을 극복하려고 한다"며 "리테일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되겠지만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자기자본 운용)이 분발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입사 후 한국투자증권에서만 30년을 일해온 정 대표는 27년을 IB본부에서 일하고 최근 3년을 리테일그룹에서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을 담당했다. 그만큼 영업과 현장을 더욱 중시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가 입사 이래 지금까지 마음에 새긴 단순한 진리였다. 정 대표는 "30년 동안 영업현장을 찾아 자동차나 비행기로 이동한 거리가 300만㎞인데 더 부지런히 현장을 살펴 400만㎞를 채우도록 하겠다"며 "지구 한 바퀴가 4만㎞니 내가 사장 자리에서 내려올 때는 영업에 미쳐 지구 100바퀴를 돈 선배로 회사 후배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위해 정 대표가 내세운 핵심 전략도 모두 현장 강화와 연관이 있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 디지털 금융 경쟁력 제고, 고객 중심 영업, 계열사와 본부의 시너지 등이 그 일환이다. 정 대표는 "영업, 기획, 리스크 관리 등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자원 활용을 최적화하겠다"면서 "리스크나 부실을 딜 발굴 과정에서부터 영업부서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차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역시 그가 체계적인 영업 지원을 위해 강조한 부분이다. 정 대표는 디지털 금융 추진 조직을 신설하고 업무 개선 조직을 경영기획총괄 소속의 '업무혁신추진부'로 확대 개편하는 조직 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영업현장에서 원하는 결정을 본부에서 바로 내놓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한국투자증권의 온라인 투자서비스인 뱅키즈를 강화하고 디지털 금융을 신사업에도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전략의 하나이자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와 관련한 청사진도 내놓았다. 그는 "지금은 카카오뱅크에서 뱅키즈 계좌를 개설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상반기 중 계좌 개설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다른 금융사를 통해 뱅키즈 계좌를 개설하는 것보다 고객들이 더 다양한 네트워크를 경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금융본부의 일부 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에 정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은 조직으로 움직이는 곳이지 한 사람의 재주로 움직이지 않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최고 성과에는 최고 보상으로 대우한다는 것이 한국투자증권의 기본 철학인데 앞으론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실적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나오도록 지원하는 과정까지도 보상을 제대로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손익에 대한 직접적인 기여분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성과도 공정하게 평가해 보상함으로써 본부 간 시너지 효과를 일상화하겠다는 뜻이다.
높은 목표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올해는 종합감사 부활이라는 새로운 규제에 대비해 영업 부문이 더 신중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인가 사업이나 부동산 신탁사업도 정도영업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8월 총수익스왑(TRS) 방식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에 발행어음 자금을 대출해 준 부분을 문제 삼았고 지난달 2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금감원의 지적 사항이 있었고 거기에 대해 우리가 일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설명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문제가 생기면 수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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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