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투자 한수] 조바심 버려야 주식서 돈 번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 중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을 별로 만나지 못했다. 대부분 주식에 손을 잘못 대는 바람에 재산상 많은 손해를 봤다고 대답한다. 신기하게 한국에서는 경영학과 교수도, 주식 방송에서 만난 관계자도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한국에서는 주식투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아주 깊게 뿌리 박혀 있는 것 같다.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다리지 못하는 조바심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투자가가 주식을 매입과 동시에 언제 팔 것인지 고민한다. 5%나 10% 수익만 나면 얼른 팔아버리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반대로 10%나 20% 손실이 나면 더 떨어질까 걱정돼 손절매라는 이름으로 매각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변덕스럽게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튼튼한 회사들의 주식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다. 좋은 주식을 고르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단기적 시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떤 펀드가 시장 하락을 예측해 현금 비중을 높여 시장 하락에 비해 선방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또한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한두 번은 시장에 대한 예측이 맞아떨어질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시장 예측에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수수료와 세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주식은 증권사를 통해 매매하기 때문에 그 대가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주가가 하락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사고파는 행위만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라도 돈을 잃게 된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좋은 투자 철학이 필요하다. 주식에 투자하는 건 그 회사와 동업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회사 지분을 보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투자한 회사들의 본질적 가치는 하루 전이나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회사는 똑같은데 주식 가격만 다를 뿐이다. 회사가 전망이 밝다고 생각되면 현명한 투자자는 오히려 주식 하락을 좋은 매수 기회로 삼는다. 단기적인 수익에 얽매인 사람은 그러한 시각을 갖지 못한다.
선진국에서는 주식투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 노후를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반면 한국은 단기적인 목돈 마련이 대부분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젊었을 때부터 좋은 주식투자 철학을 가지고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꼭 여유자금으로 장기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당연히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하고 더 나아가 월급의 일정 부분을 기계적으로 투자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주식은 사서 모으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각할 이유가 없다. 투자한 회사의 직원들이 나의 노후 준비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