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전년에 10% 이상 급락하면 이듬해 1월은 어김없이 주가가 상승하는 '1월 효과'가 있었지만 올해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2일 삼성증권이 최근 20년(1999~2018년) 코스피를 분석해보니 매년 1월의 평균 지수 상승률은 다른 달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해당 기간 20번의 1월 평균 상승률은 0.77%였다. 1월 이외의 월간 상승률은 0.76%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2001년 1월에 지수가 22.5%나 오른 적도 있고 2008년 1월에는 14.4%나 하락했지만 결국은 평균값을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전년도에 코스피가 10% 이상 하락한 후 맞은 다음해 1월에는 '1월 효과'가 나타났다. 최근 20년 동안 코스피가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한 때는 네 차례로 2000년(-50.9%), 2008년(-40.7%), 2011년(-11%), 2018년(-17.3%)이다.
동아건설 퇴출 등 기업 구조조정 위기가 있었던 2000년이 지나고 2001년 1월에는 코스피가 22.45%나 올라 첫 '1월 효과'를 알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수가 40% 이상 하락한 2008년 이후 2009년 1월에도 코스피가 전달 대비 3.35%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감이 고조된 2011년에도 코스피는 10.98% 하락했지만 2012년 1월(7.12%)에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작년에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반도체 실적 악화 우려감에 따라 코스피가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계적으로 보면 1월에 무조건 주가가 오른다고 보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만 과거 세 차례 폭락장 이후 새해 첫달 코스피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만큼 올해도 1월에 추가 하락보다는 일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03년 1월(-5.69%)에는 2002년(-9.54%) 큰 폭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추가 하락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분석 범위를 1990년대 후반까지 넓혀 보면 공식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1990년(-23.48%)에는 코스피가 큰 폭의 조정 이후에도 1991년 1월 8.72% 하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1995년에도 10% 넘게 하락했는데 다음해 1월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새해 첫 주식시장도 코스피가 1% 이상의 하락폭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장 시작 후 1시간 만에 하락 반전했다.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작년 12월 28일)보다 31.04포인트(1.52%) 떨어진 2010에 마감했다. 코스피 2000선이 깨졌던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올해 첫 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010억원, 27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308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같은 매도세는 중국 증시 약세 영향으로 분석된다. 2일 오전 발표된 중국 제조업 지표인 12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7을 기록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PMI는 신규 주문, 출하량, 생산, 재고, 고용 등에 관한 설문을 통해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인데 50 아래는 경기 위축을 뜻한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제조업 경기가 나빠질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들도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수출은 작년 12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일 발표된 중국 제조업 PMI도 악화됐다"며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일호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