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산하 경영연구소들이 줄줄이 연간 국내 경제성장률을 작년보다 낮춰 잡을 정도로 경기 전망이 어둡지만,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은 새 먹거리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올해 경영전략으로 내걸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축포를 쏘아 올리며 미래성장을 위한 토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임 2년 차를 맞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는 KB가 가진 가계·기업금융 강자로서의 강점을 더욱 견고히 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로 외연 확장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룹의 몸집을 불리는 것과 관련해 윤 회장은 "올해같이 경기 전망이 어두운 때가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본다"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 것을 예고했다.
윤 회장의 다짐대로 KB금융은 올해 경영 슬로건을 '본업 경쟁력 강화'로 잡고 은행과 증권, 손해보험, 카드 등 핵심 계열사의 업권 내 선두 지위를 유지하거나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더욱 늘리고 디지털 플랫폼을 개선해 'KB스타뱅킹' 등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 순위를 올해 안에 1위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외연 확장을 위해 동남아에 집중하는 동시에 선진국에서는 기업투자은행(CIB) 먹거리를 발굴하는 등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힘쓴다.
지난해 말 전격적인 계열사 수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새판을 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에 대해 "어려운 경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원 신한(One Shinhan)' 그룹 시너지를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익이 전년보다 무려 52.2%나 늘어 전체 실적 호조세를 견인한 그룹&글로벌 투자은행(GIB) 사업부문의 선례를 따라 글로벌, 디지털 등 그룹 계열사별로 유사 사업부문을 묶은 매트릭스 조직 중심의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예상되는 경기 불안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우고 비이자이익 확대 등 미래성장 포트폴리오 확장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질적 성장 추진 등의 세부적인 목표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주요 경영과제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 디지털을 통한 미래가치 창출을 꼽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권의 화두인 '포용적 성장' 기조에 맞춘 '고객과 함께하는 행복금융',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동태적 리스크 관리에도 힘쓸 계획이다.
초대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서의 첫해를 맞는 손태승 회장은 "리스크 관리와 영업의 균형 잡힌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리스크 관리의 경우 빅데이터 기반 기업진단시스템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영업 측면에서는 동남아 자산운용사와 할부금융사 등 현지 금융사 인수를 추진하고 유망 지역의 경우 네트워크를 더 넓혀 금융영토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사업 기획, 빅데이터 분석가 등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고 은행 모바일 앱을 전면 리뉴얼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도 박차를 가한다.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은 "올해는 체질 개선을 통해 미래성장을 위한 힘을 키우는 해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은행, 생명보험 등 자회사별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총자산이익률(ROA)을 개선하고 최근 신규 인가를 신청한 부동산신탁과 리츠운용 등 신사업을 활용한 수익 다변화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우량한 기업의 경우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지주 수장들의 리더십에 힘입어 5대 금융그룹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견고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금융그룹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약 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순이자마진(NIM)이 3~4bp 상승하는 가운데 대출 증가율이 적정 수준인 5% 내외를 기록하면서 순이자이익이 양호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익 기준으로 본 금융그룹 선두 자리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KB금융이 차지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예상한 2018년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조5290억원, 올해는 3조661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6.6%, 3.7% 많았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조2010억원, 올해 3조4240억원으로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예상 순익이 2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8%나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된 하나금융의 경우 올해 순익도 2조7060억원으로 연간 12.8%의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예상 순익은 2조1417억원으로 전년보다 41.6% 더 높다. 다만 지주사 출범 원년인 올해는 기저효과 영향으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상장사가 아니라 예상 순익은 없다. 하지만 지난해 1~3분기 누적으로 지주사 출범 후 역대 최대인 1조771억원을 달성한 데 힘입어 올해 역시 사상 최고치인 1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