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KOSPI 주요 이슈별 그래프 [제공 = 한국거래소] |
연초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코스피가 사상 최대치인 2600선을 돌파하는 등 '마의 벽' 3000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증권가를 감돌았다. 여기에 4월 남북 간 판문점 선언, 미·북 정상회담 등 경협주가 부상하면서 증시가 활기를 띄었다.
그러나 6월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과 미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둔화 전망 등에 따라 국내 증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번갈아 가면서 물량을 던지는 동안 코스피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년 만에 21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전년 대비 17.28% 하락한 2041.04로 2018년 한 해를 마감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0.73%) 이후 10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전년 대비 코스피가 하락한 것도 2014년(-4.76%) 이후 4년 만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344조원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798.42)보다 15.4% 줄어든 675.65로 거래를 마쳤다.
상반기는 그야말로 '잔칫집'이었다.
상장사들은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내놨다.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36개사의 순이익은 63조401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 역시 1월 29일 장중 한때 2607.10까지 오르며 2600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월에 미국 국채금리가 3.5%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면서 코스피가 2400선 아래로 떨어졌으나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미북정상회담 등 남북한 경제 협력 기대감으로 경협주가 주목받으면서 지수는 다시 24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라는 이름으로 중국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7월 9일 미국과 중국이 상호 340억달러 상당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미국은 중국산 통신기기, 로봇, 항공장비 등 818개 품목에 해당하는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 또한 미국산 농산물, 자동차, 수산물 등 545개 품목 등에 보복 관세를 즉각 발효했다. 이후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10%->25%) 검토안을 발표하자마자 중국은 600억달러 규모의 5207개 미국산 수입품에 5~25% 차등 관세 부과등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중 무역 전쟁은 글로벌 경제를 흔들어놨다. 특히 수출입 산업 경제로 미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의 타격이 가장 컸다. 무역분쟁 당사국인 중국의 상해 종합(-24.92%)과 독일(-19.63%) 등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 최대 낙폭을 보였다.
지난 10월에는 코스피가 한 달 동안 13.37%나 하락했다. 무역 분쟁이 절정에 이르렀던 10월 29일에는 1996.05로 장을 마쳤다. 20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6년 12월 7일(1987.26) 이후 22개월 만이었다.
미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 불안정성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하면서 외국인의 '팔자세'가 이어졌다. 2년 간 순매수했던 외국인 3년 만에 5조7226억원을 팔아치웠다. 2011년(7조9955억원, 순매도액 기준)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던 지수는 11월 들어 2000선을 회복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12월에는 미중 간 무역 완화 기대감과 더불어 연초 기대감으로 3% 내외 하락에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코스피 12개월 Fwd PBR 이 0.79 배에 머무르면서 과매도 구간에 들어서 있는 등 양호한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이다.
1월 2일 개장하는 내년 증시는 이른바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코스피 범위를 1900~2530선으로 전망했다. 최저는 1900~2050선, 최고는 2350~2530선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증시 불안요인이 해소돼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주식시장은 당장 급락세로 진입할 가능성 낮지만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과 미국채 장단기 금리차 축소 등으로 1년 이상 완만한 글로벌 약세장(Gentle Bear Market)을 예상한다"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을 고려한다면 1900 초중반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경계심리가 후퇴하고 있는 데다 파월 연준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계기로 미국 통화정책 속도에 대한 부담도 크게 완화됐다"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1·4분기 회복세를 보이면서 코스피 또한 상반기 내 2300선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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