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녹록지 않은 경기 전망에 대응해 은행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그룹 1·2위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원 펌(One firm)' '원 신한(One Shinhan)'을 키워드로 주력 사업 부문에서 지주와 계열사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KB는 지주 산하에 디지털혁신·개인고객·중소기업(SME)·보험 부문을 새로 만들고 각 부문을 이끄는 수장에 허인 국민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들을 겸임 형태로 임명했다. 그룹 계열사별로 각자 강점을 발휘하는 분야의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를 키우는 동시에 이를 지주 내 조직으로 신설하고 해당 사업에서 지주가 갖는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기존에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은행(CIB), 자본시장 부문에서 은행·증권 등을 통합한 협업 조직을 꾸려 효과를 낸 만큼 이를 다른 분야에도 적용한다는 취지다.
그룹 내 디지털·정보기술(IT)·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디지털혁신 부문은 현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 중인 허 행장이 맡는다.
그룹 차원에서 고객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개인고객 부문(이동철 국민카드 대표), 중소기업(SME) 부문(신덕순 국민은행 전무)에서는 은행·증권·보험 등 주요 계열사 서비스를 결합한 패키지 상품 등을 더욱 정교화해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한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는 KB손보와 KB생명보험 사이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 지주 산하 보험 부문에서 부문장을 맡는다.
신한금융은 그룹 계열사 임원과 실무진을 사업군별로 하나로 모은 지주 내 통합 조직을 기존 글로벌·투자은행(GIB), 고유자산운용(GMS), 자산관리(WM)뿐 아니라 전략, 재무, 리스크 관리, 브랜드·홍보 분야까지 확대했다.
특히 기존에 지주 부사장과 은행 부행장이 따로 맡던 지주와 은행의 홍보 기능은 새로 내정된 이병철 브랜드홍보부문장(CPRO)이 총괄하도록 했다. 실무 차원에서 부문장을 보좌할 홍보본부장 자리도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
최근 조직 수장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만큼 대외 창구를 일원화해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NH농협금융은 아예 내년도 조직개편 기본 방향을 지주 중심의 농업금융 총괄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로 잡고 자산관리(WM), 기업금융·투자은행(CIB) 등 핵심 사업을 전담하는 사업전략부를 금융지주에 신설했다.
금융계열사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도 지주가 총괄해 진행한다. 이를 위해 지주 내 전담 조직과 인력을 충원해 지주에 힘을 싣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앞서 진행한 조직개편에서 그룹사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영업기획 등의 역할을 맡는 시너지추진부를 신설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는 초기에는 경영기획·경영지원·리스크 관리·준법감시 등 기본 업무를 담당하는 소조직 개념으로 출발해 향후 사업 다각화에 맞춰 점차 조직을 늘린다는 목표다.
최근 '지주 중심'을 키워드로 이뤄진 금융그룹 조직개편과 인사의 공통점은 각 지주 회장이 본인 색깔을 드러낸 사실상 첫 행보라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올해 초 계열사 CEO 인사 당시 신한은행 등 주요 계열사 CEO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소폭 인사에만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최근 진행한 인사에서는 자회사 CEO 11명 중 7명을 교체하고 지주 기능을 강화하는 본격적인 '조용병식 개혁'을 단행했다.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도 지난 4월 취임 이후 처음 맞은 CEO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계열사 4곳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