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성과급의 경우 노조는 통상 임금의 3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올해 경영 목표를 채우지 못한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금까지 성과급에 별다른 기준이 없어 매번 노사 간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연동해 성과급을 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노조가 이를 수용하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가 사측의 제안을 거부해 논의는 더 진전되지 못했다.
경쟁사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성과에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임금·단체협약을 끝낸 농협은행은 200%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피복비 이슈에서도 노사는 부딪쳤다. 노조는 올해 유니폼을 폐지한 만큼 매년 100만원의 피복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연장을 놓고도 치열한 대립각을 세웠다. 현재 시중은행별로 임피제가 시작되는 나이가 55세, 56세 등으로 다르다. 앞서 금융노사는 산별교섭을 통해 임피제 진입 시기를 1년 늦추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여기에 맞춰 국민은행 모든 직원의 임피제 시작을 1년 이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현재 부점장급과 팀장 이하 직원들의 임피제 진입 시기가 다른 만큼 부점장은 지금보다 1년, 팀장 이하는 6개월씩 늦춰 시기를 맞추자고 요구했다.
일정 기간 동안 승진하지 못하면 기본급이 그대로 유지되는 '페이밴드' 제도에 대해 노조는 "전면 폐지"를, 은행은 "전 직급으로 확대"를 주장해 역시 평행선을 달렸다. 현재 이 제도는 신입 행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점심시간을 1시간 보장하는 것에 대해 노조는 이 시간 동안 PC오프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은행은 고객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별도의 휴게시간을 정해 1시간 동안 PC오프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임금 인상률과 희망퇴직 시행 등 다른 사안에서도 노사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핵심 쟁점마다 이견이 큰 탓에 국민은행 노사는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에 합의한 지난 9월 18일 이후 대표자교섭을 포함해 무려 12차례나 교섭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지난 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접수하고 조정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지난 24일 열린 마지막 조정회의마저 결렬되는 결과를 낳았다.
27일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된 만큼 노조는 내년 1월 8일 열릴 총파업에 대비해 전국을 돌며 영업점 직원들의 파업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이미 노조는 부산·대구·대전에서 조합원 1800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연 데 이어 26일에는 서울·수도권, 총파업 직전인 내년 1월 3일에는 광주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이) 산별 합의 사항인 임금피크 1년 유예는 물론 힘없는 저임금 직군에 대한 차별 개선에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사측이 생각을 바꾸고 교섭에 응해온다면 극적인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무책임하게 파업을 한다'는 비난을 의식해 노조 측은 "1월 8일 단 하루 경고성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노조는 이미 올해 초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강한 대립각을 세워오며 줄기차게 윤 회장 퇴진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윤 회장 연임 찬반투표에 회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후 은행 안팎의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을 놓고 노조가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고 여기에 임단협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현재 노조와 윤 회장으로 대표되는 사측 갈등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현재 국민은행 노조는 서울 여의도 은행 본사 앞에서 477일째 윤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런 정황 탓에 노조의 파업 결정을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앞서 임단협을 진행한 다른 은행들은 무사히 합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국민은행과 비교된다. 지난 13일 우리은행 노사는 임피제 진입 나이와 내년도 임금 인상률 등 주요 현안에 합의하며 임단협을 타결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