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인보험대리점(GA)이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금융회사가 아니라 보험 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곳이 해외에서 투자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투자금융(IB)업계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10위권 GA인 피플라이프가 미국에 본사를 둔 코스톤캐피털로부터 총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는 내달 초 최종 계약서에 서명하는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투자에 따라 코스톤이 가져가는 피플라이프 지분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코스톤이 경영권 목적의 투자가 아니어서 5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플라이프는 올해 초에는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경영권까지 포함한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미국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코스톤캐피털은 1993년 세워진 PEF다. 아시아, 유럽, 북미 등을 무대로 정보통신기술(ICT) 업종과 제조업, 에너지 관련 업체에 그동안 투자해 왔다. 국내의 경우 자회사인 코스톤아시아가 세운 펀드를 통해 그동안 자동차부품 업체인 DBI와 MS오토텍, 폐기물처리 업체인 리클린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피플라이프에 투자하는 주체도 코스톤아시아다. 피플라이프는 2003년 삼성생명 출신 보험설계사가 주축이 돼 설립한 GA다. 보험 판매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와 경영 재무 리스크 관리, 법인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 이전 등 법인 부문에 특화된 컨설팅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2067억원 규모다.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해당 보험사 상품만 판매하는 반면, GA들은 대부분의 생명보험·손해보험 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이들의 상품을 판매한다. 이 때문에 GA들을 가전제품 양판점인 '하이마트'에 비유하기도 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피플라이프의 투자 유치 건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GA는 불투명한 보험설계사 이력, 낮은 계약유지율, 회사 관련 공시 미비 등 이유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 내놓는 숫자에 대해서도 신뢰성이 없다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사모투자펀드(PEF)의 까다로운 투자 조건을 맞춘 회사가 탄생했다는 점에 대해 업계에서는 신선한다는 평가다.
피플라이프는 이번 투자자금을 통해 우량 GA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GA업계에서는 2016년 소속 보험설계사 숫자가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숫자를 넘어선 이후 현재까지 대형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소속 보험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대형 GA는 57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만명 이상인 초대형 GA도 3개나 영업 중이다.
피플라이프는 현재 3200여 명 수준인 보험판매설계사 숫자를 M&A를 통해 1만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금융감독당국에서 한 회사가 보험을 비롯해 예금·펀드·주식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판매전문회사'를 허가할 경우에 대비해 양적·질적 성장에도 주력한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피플라이프는 내방형 점포(OTC) 확충에도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GA는 설계사가 개인 조직으로 움직이며 보험 영업을 해왔는데, 내방형 점포는 보험회사와 똑같이 별도의 지점을 두는 것이다. 삼성생명 강남지점처럼 피플라이프 ○○지점을 두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 10월 피플라이프는 '보험클리닉'이라는 이름의 내방형 점포 1호점을 오픈했다. 여기에는 판매수수료를 받는 설계사가 아닌 금융지식을 갖춘 내근 직원을 배치해 재무설계와 보험 리모델링 등에 대한 상담을 한다. 앞으로 이곳을 맞춤형 보험상품은 물론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 <용어 설명>
▷법인보험대리점(General Agency·GA) :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특정 회사의 보험이 아닌 대부분 생명·손해보험회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보험 판매 백화점 또는 양판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