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해외기업 투자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지적받은 포스코건설에 대해 금감원이 정밀감리 결정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근 포스코건설에 대한 회계처리 점검과정에서 해외 투자기업 부실문제뿐만 아니라 브라질법인에 대한 손실 처리에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내년 초 본격적인 혐의감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혐의감리는 외부 제보나 자체 분석 등을 통해 회계처리 및 감사기준 위반 혐의사항을 금융당국이 인지하고 착수하는 경우로 일반적인 심사수준이 아닌 정밀감리를 의미한다.
금감원이 포스코건설에 대한 감리를 결정한 원인은 해외 계열사의 불투명한 회계 때문이다.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듯 수천억 원대 자금이 투자된 사업들이 일시에 손실처리됐지만, 구체적 사유는 불분명해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규모는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회사라 해도 갑자기 수천억 원이 손실처리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포스코건설은 투자 실패 또는 손실 과소인식 등 표면적 설명만 제시했을 뿐 뚜렷한 해명을 내지 않고 있다.
먼저 지적된 사건은 영국과 에콰도르에서 인수한 법인의 부실 의혹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2011년 영국 업체 EPC에퀴티스와 에콰도르 업체 산토스CMI를 각각 552억4000만원과 236억7400만원 등 총 789억1400만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에는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이 공동 투자했지만 지난해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포스코건설 보유 지분으로 통합됐다.
영국과 에콰도르 두 회사는 개별 회사처럼 보이지만 EPC에퀴티스는 산토스CMI 주주들이 세운 계열사로, 중남미에 기반을 둔 산토스CMI가 해외 진출을 위해 세운 유럽법인 성격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포스코건설이 두 회사에 6년간 총 2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채 사실상 전액을 손실처리한 것이다. 포스코가 2017년 60억원에 회사를 재매각한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 중 97%를 날린 셈이다.
실제 포스코건설은 EPC에퀴티스에 2013년 자금 158억원을 대여해줬고, 2014년에는 두 회사에 85억원을 추가로 증자해줬다. 이어 2015년 47억원을 또 대여해줬고, 매각 직전에는 918억원을 유상증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이후 추가 투자금만 12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은 2013년부터 이들 회사에 대한 손실처리를 시작했다. 투자로 원금 손실이 나고 문제가 생겼음에도 재투자를 이어갔다는 의미다. 개별적으로 EPC에퀴티스에는 2013년 275억원, 2014년 168억원, 2015년 169억원이 순차적으로 손실처리됐고, 산토스CMI는 2016년 189억원이 손실로 잡혔다. 자본잠식에 이르자 자금을 대여해주고 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를 살려 왔고, 매각 직전까지 수백억 원대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장부만 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장부만 보면 인수 이후부터 매년 100억원 이상씩 투자 주식에 대한 손실처리가 이어지는데 자금은 계속 투입된다"며 "연구개발(R&D) 성공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가 바로 앞에 있거나 한 게 아니라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바이오 기업이라면 R&D를 위해 자금을 투입할 텐데 플랜트 건설회사가 성과는 없이 수백억 원씩 투입된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회계처리"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해외 투자사 의혹 외에도 브라질법인에서 2015년 갑작스럽게 10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점도 감리 사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2015년도 회계 오류 발견을 사유로 2017년 3월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100% 연결 종속기업인 포스코건설 브라질법인이 CSP일관제철소 시공 부문 프로젝트의 총계약원가 추정 오류로 순자산 934억원을 줄이고, 손실 1088억원을 추가로 반영했다는 내용이다.
포스코건설은 해당 회계처리 수정으로 2015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수정 전 당시순이익은 262억원이었지만 수정 이후
금융당국 관계자는 "1000억원대 회계 변동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리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사안으로 감사보고서 작성 이후 1년여가 지나 수정된 점을 감안해 회계처리 내역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EPC에퀴티스나 산토스CMI 문제 등과 함께 브라질법인 회계처리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