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5일 "이동걸 회장이 평소 산은의 '정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올해 협상 결과를 보면 기본 바탕은 실용적 시장주의자"라며 "해당 산업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일각에서 제기한 '퍼주기'라는 비판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추가 필요자금만 약 3조원으로 알려진 현대상선은 퍼주기 비판의 핵심이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의 출혈 경쟁으로 업황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재무적 측면만 고려하면 지원을 중단하는 편이 낫다는 시각이 있다. 비용 대비 편익만을 따져본다면 '국적선사가 꼭 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타당성이 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정부가 국적선사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결정한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이후 논의는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외부에서 해운업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현대상선에 투입해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5년 후를 바라보고 영업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산은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 임직원을 포함해 이해관계자들도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현대상선 직원 중 일부 해외 지점의 일탈행위가 집중 감사 과정에서 적발된 사건을 접하고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구조조정 회사의 모럴해저드"라며 "각 지역의 노선별로 1~2주간 실적이 나쁘면 본사로 불러 추궁하고, 한 달간 나쁘면 경고를 하고, 2~3개월 동안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 노선의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고강도 경영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원칙'을 고수하는 이 회장의 방침은 대우조선해양 등 협상 과정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수주 증가를 이유로 기존의 인력 감축 계획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은은 신중하다. 수조 원의 공적자금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가운데 내년까지 충분히 지켜보지
일각에서는 대우건설·KDB생명 등을 포함해 산은이 관리 중인 회사들의 주인을 빨리 찾아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이 산은의 우산 아래 오래 있으면 소위 골병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