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증시 '블랙 크리스마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로이터통신)
"시장이 워싱턴을 바라보면 겁을 먹게 된다."(CNBC)
미국 뉴욕증시가 24일(현지시간) 급락세를 보인 이유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리스크'를 꼽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해임설, '셧다운'(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균형추' 역할을 해온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 조기 사임 등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예상치 못한 조치에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퍼지고 있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발하는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까지 가세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은행장들에게 직접 전화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트럼프 리스크'를 확인시켜 증시 급락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미국 증시에서는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다. 근로자들이 연말 보너스를 지급받아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 매출도 늘어나 증시가 전체적으로 강세를 보인다는 속설인데 올해는 '트럼프 리스크' 때문에 이러한 '산타 랠리'는커녕 최악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았다는 평가다.
미국 뉴욕증시는 이날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조기 폐장했지만 다우존수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모두 2% 이상 하락세를 기록했다. 거래가 이뤄진 불과 3시간 30분 동안 급락장세가 연출된 셈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이 같은 성적표는 역대 최악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이날 초미의 관심사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였다.
파월 의장 해임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조기 사임 등 소위 3대 '트럼프 리스크'는 주말 사이에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열린 뉴욕증시에서는 이에 대한 파괴력이 확인된 셈이다.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미국 경제 둔화 우려 등으로 가뜩이나 취약해진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문제는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트윗을 계속 내놓고 있어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므누신 재무장관 등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이 파월 의장 해임설 진화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연준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 경제가 가진 유일한 문제는 연준"이라며 "그들은 시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무역전쟁의 필요성 또는 달러화 강세, 심지어 국경과 관련된 민주당발 셧다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에 대한 비판이야말로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최대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격분이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치는 연준의 역량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기반인데,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흔들기'는 금융시장에 큰 악재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격분해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고, 파장이 커지자 므누신 장관이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임을 얘기한 적이 결코 없었다"고 해임 추진설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파월 의장을 비판하면서 이미 연준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아울러 매티스 국방장관 조기 사임에 따른 대외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도 증시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 시기를 당초 내년 2월 말에서 이달 말로 앞당기고, 보잉 부사장 출신인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부장관을 내년 1월 1일부터 국방장관 대행에 지명한다고 밝히면서 지정학적인 위험을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정상적인 국정 운영 과정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시장의 반
[뉴욕 = 장용승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